23일 새벽 개최된 독일 월드컵축구 F조 최종 예선 경기에서 일본 팀이 ‘축구 왕국’ 브라질에게 1-4로 완패하자 일본 열도는 실망의 한숨으로 가득 찼다.
JR 도쿄(東京) 역에서 신칸센을 타던 한 50대 회사원은 초췌한 표정으로“월드클래식베이스볼(WBC) 대회 때는 기적의 우승을 했다고 기뻐했다”면서 “그런데 역시 기적은 두 번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밤을 세워 응원한 축구 팬들은 확연한 실력차로 완패하며 1승도 챙기지 못한 채 16강에서 탈락하자 낙담의 눈물을 흘렸다. 일부 팬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초반의 우세를 지키지 못한 무기력한 대표팀을 비난했다. 지쿠 감독과 가와부치 사부로 축구협회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본 대표팀 선수들도 경기가 끝난 후 예선 탈락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팀의 핵심 전력인 나카타 히데는 냉철했던 평소의 모습과는 달리 패배 후 잔디 위에 누워 눈물을 흘렸다. 나카무라 순스케도 기자들의 질문에 고개를 떨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일본 선수들은 대부분 호주와의 1차전에서 역전패 당한 것이 가장 큰 쇼크였다고 입을 모았다.
가와부치 회장은 “(일본 팀이) 승부 근성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그 이전에 기술적으로 수준 차이가 있었다”며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4년 동안 일본 팀을 이끌어 온 브라질 출신 지쿠 감독은 “첫 경기였던 호주전의 패배가 아팠다”며 “축구의 세계는 냉정했다”고 토로했다. 지쿠 감독은 이날 일본 대표팀 감독을 사임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일본의 일부 방송에서는 같은 아시아 국가인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당부하기도 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