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호가드 지금ㆍ이경아 옮김/ 예담 발행ㆍ1만7,000원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이 주창한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은 불안, 우울, 소외 등 부정적 감정 연구에 몰두해온 심리학계에 일대 변화를 몰고 왔다.
30여년간 우울증을 연구해온 그는 1998년 학회에서 “손 쓸 도리 없이 망가진 삶은 이제 그만 연구하고 모든 일이 잘 될 것 같은 사람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행복한 사람들의 삶을 연구해 그 비밀을 밝혀냄으로써 행복해지는 법을 제시하자는 것이다.
이 긍정심리학에 뿌리를 둔 이른바 ‘행복학’ 연구자들은 행복이 악기 연주나 자전거 타기처럼 배울 수 있는 ‘기술’이며 연습할수록 느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영국 BBC방송은 그 진위를 밝히기 위해 지난해 5~7월 흥미로운 실험을 실시했다. 심리학자 경영컨설턴트 사회사업가 등 6명이 참여한 행복위원회에서 행복학의 연구 성과들을 토대로 ‘행복헌장 10계명’(표 참조)을 제정, 런던에서 25마일 가량 떨어진 슬라우시에서 자원자들에게 3개월간 이를 실천해보게 한 것이다.
10계명이라고 해봐야 주 3회 운동하기, 하루 한 번 미소 짓기, TV 시청시간 줄이기 등 단순한 것들이었지만, 그 결과는 놀라웠다. BBC는 자원자들이 3개월간의 실험을 통해 변화해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4부작 다큐멘터리 ‘슬라우 행복하게 만들기(Making Slough Happy)’를 방영, 큰 반향을 일으켰다.
‘행복(원제 How to Be Happy)’은 슬라우 프로젝트의 성과를 녹여내 행복에 관한 모든 것을 집대성한 ‘행복 대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행복의 정의, 행복에 관한 오해와 진실 등을 다룬 1부에 이어, 2부에서는 돈과 일, 섹스, 건강, 나이 등 인간의 삶을 이루는 17가지 요소와 관련해 행복감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방법들을 일러준다.
저자는 가장 먼저 익혀야 할 ‘행복의 기술’로 우정을 꼽는다. “가족, 이웃, 직장 동료와의 관계는 통제하기 힘들지만 친구는 인생에서 자유롭게 택할 수 있는 즐거운 일 중 하나”이며 “친구를 통해 로맨스나 욕망에 휩싸이지 않고도 친밀한 애착관계를 연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정 쌓기는 행복에 이르는 가장 쉬운 길이라는 것이다.
‘행복의 기술’에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 일벌레보다는 사생활도 잘 챙기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 따위의 언뜻 보면 뻔한 내용도 적지 않지만, 별거가 평생 수입에서 13만2,000파운드가 줄어듦으로써 발생하는 괴로움과 맞먹는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들어 사랑의 힘을 설파하거나, ‘헬스클럽에 가지 않고도 건강하게 사는 법’ ‘음식으로 행복감을 증진시키는 비법’ 등 유용한 팁들을 풍부하게 곁들여 실용서로서의 가치를 높인다.
‘친구 없는 인생은 목격자 없는 죽음과 같다’(스페인 속담), ‘행복한 결혼생활은 너무나 짧게 느껴지는 긴 대화다’(앙드레 모루아) 등 중간중간 소개되는 명언들을 음미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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