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사법사상 처음으로 성전환자의 호적상 성별(性別) 변경을 허용했다. 대법원은 이와 함께 성별 변경 허용 기준도 제시, 그 동안 엇갈린 결정을 해온 하급심에 통일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주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22일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A씨가 성별과 이름을 바꿔달라며 낸 호적 정정 신청 사건에서 원고의 신청을 불허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성전환자들의 성별 변경 신청이 잇따를 전망이다. 의학계에선 국내에 ‘성전환증’을 갖고 있는 사람이 1,00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출생 당시 생물학적인 성에 대한 불일치감과 반대 성에 대한 귀속감을 느끼고 성전환 수술을 받아 반대 성의 성기를 비롯한 신체를 갖추고 있다면 사회통념상 바뀐 성을 가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자신을 바뀐 성을 가진 사람으로 인식하고, 외관과 성관계, 직업 등도 바뀐 성에 따르고 있어 주위 사람들도 그렇게 알고 있다면 법률적인 성의 변경을 허용해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또 “성전환자에 대한 호적 정정을 허용하는 경우 바뀐 성에 맞게 개명도 허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합의에 참여한 10명의 대법관(3명은 출장 등으로 불참) 가운데 손지열, 박재윤 두 대법관은 “성 변경은 기존의 헌법과 법률이 고려하지 않은 새로운 문제이므로 일반 국민의 의견 수렴, 신중한 토론과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쳐 국회가 입법적 결단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재판부도 결정과는 별도로 “성전환자에 대한 구제는 요건, 절차, 효과 등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제정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해결 방법”이라며 신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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