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언어로 우리 이야기를 할 때가 왔다.”
서구에 대한 한국 인문사회학계의 식민지성과 종속성을 반성하고, 지적 수입자에서 주체적 지식 생산자로서 새롭게 자리매김하기 위한 토대와 방법을 모색하는 장이 열렸다.
22일 민주사회정책연구원(상지대 성공회대 한신대 공동운영) 주최 ‘한국 인문사회과학의 주체화 어떻게 가능한가’ 포럼에는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등 12명의 학자가 참석해 학문의 탈식민화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조 교수는 ‘지적ㆍ학문적 주체화와 우리 안의 보편성’발표에서 “지적 식민주의와 미국적ㆍ서구적 준거를 넘어서지 못하고 사회 문화 경제 정치 발전이 병목을 돌파할 수 없는 지점에 이르렀다”며 “오리엔탈리즘과 친미주의에 대한 단순 비판을 넘어선 탈서구적 인식론 전환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그 핵심 과제로 ‘서구적 보편의 특수화와 한국적ㆍ비서구적 특수의 보편화’를 제시했다. 조 교수는 “종군위안부 문제를 반일 민족주의 시각 대신 국가 폭력, 전쟁 범죄와 결합한 성폭력이라는 보편적 문제로 파악하고, 광주 학살을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전개된 국가 권력의 학살과 폭력이라는 보편적 현상의 특수 사례로 접근할 수 있다”며 ‘우리 안의 보편성을 발견적으로 구성하는 보편적 독해 방법’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경일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강력한 서구 동화적 사고가 있는 한국에서 어떻게 반 서구 정서(역전적 열정)를 해체적 이성과 결합할 수 있는가”라고 물으면서 “역전적 열정이 가능하다면 어떻게 사회 구성원들의 동의를 끌어낼 것인지 등을 먼저 해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정인 서강대 교수는“조 교수가 학문 주체화를 위한 과정으로 제시한 ‘소재, 개념, 이론, 방법론’등의 다층적 과정은 한국 인문사회학계에서 아직 구체화하지 못한 상태”라며 “모두가 고민해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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