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이동통신사 가입자인 J씨는 최근 어이없는 일을 겪었다. 20분간 무선인터넷에 접속해 곡당 500원의 정보이용료를 내고 3곡의 벨소리를 전송 받았는데 2만원이 넘는 데이터요금이 부과됐다.
J씨는 고객센터에 부과 내역을 물어봤지만 상담원은 “미리듣기를 여러 번 하면 그럴 수 있다”고 대답할 뿐 구체적인 요금 산정 방식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었다. J씨는 “요금이 어떻게 구성되길래 2만원이 나오는지 궁금하다”며 “부과 요금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사들이 과도한 데이터 요금 부과에 대한 불만을 없애기 위해 ‘데이터요금 상한제’를 도입했는데도 불구, 가입자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요금산정방식이 불명확하고 복잡해 요금 예상치를 파악하지 못한 채 무선인터넷을 사용하다가 과도한 요금을 부과받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데이터요금 상한제 도입 2개월이 지났으나 무선인터넷 관련 신고 건수는 줄어들지 않았다”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피해구제와 상담건수는 오히려 3배 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후 처리되는 요금 상한제에 앞서 가입자들이 손쉽게 부과 요금을 미리 계산할 수 있도록 요금산정 방식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요금 표기 방식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휴대폰의 데이터요금은 건당 고정 요금이 나오는 ‘정보이용료’와 데이터 크기에 따라 부과되는 ‘데이터통화료’로 나뉜다. 콘텐츠 제공업체(CP)가 가져가는 정보이용료는 몇 백원 수준이지만 이통사의 몫인 데이터통화료는 사용 시간과 데이터 용량에 따라 금액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정보이용료는 명확한 금액을 밝히면서 데이터통화료는 용량 크기만 알려줄 뿐, 어느 정도의 요금이 부과된다는 설명이 없다. 이 때문에 이용자는 미리듣기와 같은 비싼 서비스를 무료로 착각할 수 있다.
요금부과에 대한 사전 공지가 없는 것도 문제다. 상대방에게 휴대폰으로 전화하다 음성녹음으로 넘어갈 경우 초당 얼마의 요금이 부과된다는 사실은 미리 공지된다. 그러나 무선인터넷은 메뉴 이동시에도 데이터 통화료가 붙는다는 사실 조차 사전에 안내하지 않는다.
소보원 관계자는 “노인층 이용자들이 우연히 휴대폰 버튼을 잘못 눌렀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부당한 피해를 막으려면 반드시 요금부과를 사전공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홈페이지에 요금 산정방식을 게시해 놓았다”고 해명할 뿐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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