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결핵협회에서 발행하는 월간 회보 '보건세계'는 얄팍하나 볼거리가 많다. 결핵에 대한 실용적인 기사뿐 아니라 미술 음악 영화 문학 등 문화 전반에 대한 기사도 알차다. 늘 그래왔을 텐데 내가 이 달 호에서야 발견하고 잔잔한 감동을 받은 페이지가 있다. 후원금을 보낸 사람들의 명단을 감사 인사와 함께 밝힌 '후원안내' 페이지다.
1,000원의 후원금을 보낸 사람들 이름이 제일 앞에 적혔고, 2,000원, 3,000원, 5,000원, 1만원, 2만원, 3만원, 5만원, 10만원, 그리고 그 이상의 순서대로 후원자가 적혔다. 내가 알기로 다른 매체들은 성금이나 후원금 기부자를 고액 순서대로 밝힌다.
마지못해서, 혹은 뽐내려고 돈을 내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성의를 보태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보건세계' 편집자들이 온건한 배려를 드러낼 수 있었을 것이다. 당연한 처사를 가지고 내가 괜히 감동하고 있나?
1만원 아래의 소액 후원자가 대다수인데 그 중 3,000원을 보낸 사람이 가장 많다. 3,000원이면 가난한 사람들의 훌륭한 한 끼 식사 값이다. 결핵에 걸리는 사람들은 대개 그 꾀까다로운 병의 치레를 공중보건에 의탁할 수밖에 없는 형편일 터.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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