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리그가 마무리되면서 16강 탈락 팀도 속속 나오고 있다. 그러나‘16강 탈락’이라는 성적표는 똑같지만 나라마다 반응은 제각각이다.‘잘했다’고 갈채를 받는 팀이 있는 반면, 눈물이 핑 돌만큼 혼이 나는 팀들도 있다.
D조에서 2무1패로 탈락한 앙골라에게 사상 월드컵 첫 골을 선사한 플라비우(27ㆍ알 알리)는 골을 넣은 대가로 집 한 채를 받게 됐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22일 앙골라 정부가 이란전 후반 15분에서 헤딩슛을 성공한 플라비우에게 15만 달러 짜리 집을 포상한다 보도했다. 주전 공격수 아콰를 대신해 후반 교체 투입된 플라비우는 뜻밖의 횡재를 한 셈. 앙골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300달러도 안된다.
22일 세르비아-몬테네그로에 3-2로 이기며 월드컵 첫 출전 만에 승리를 따낸 코드디부아르는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다. 게다가 2골을 내준 뒤의 역전승은 1970년 이후 36년 만에 나온 것이라 전 세계 축구팬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득점을 하나도 하지 못했으면서도 사상 첫 출전에서 승점 1을 따낸 트리니다드토바고에게도 “다음에 더 잘할 수 있다”는 뜨거운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반면 초상집도 여러 군데 있다. D조 이란은 감독과 선수가‘삿대질’을 하는 등 풍비박산났다. 브란코 이반코비치 감독은 성적부진을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면서 미드필더 알리 카리미(25ㆍ바이에른 뮌헨)가 3차전 앙골라전 출전을 거부했다고 폭로했다. 이바노비치 감독은 앞서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카리미에게 교체 투입되기 원하는지 물었는데 그가 싫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리미는“감독 스스로 결정을 하지 않고 선수에게 묻다니 얼마나 생각 없는 감독이냐”라고 비난했다. 이란 정부는 이번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물어 모하메드 다드칸 축구연맹회장을 전격 해임했다.
숙적 독일에 패하는 등 부진했던 A조 폴란드는 총리까지 나서 ‘축구협회 개혁’을 촉구했다. 카지미에르즈 마르친키에비치 총리는 20일 라디오 연설을 통해 “축구협회는 뼈를 깎는 변화를 해야 한다”며 “이를 제대로 못하면 정부가 직접 개입하겠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축구협회측은“정부가 젊은 인재육성과 시설 현대화에 필요한 재정지원을 안 했다”며 “정부도 잘못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3패로 탈락한 A조 코스타리카 선수단은 22일 공항에 내리자마자 위로 대신 욕 세례를 받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산 호세공항 입국장에 선수단이 모습을 드러내자 일부 팬이 입에 담기 험한 욕설을 퍼부었다는 것. 리오 에레라(65)씨는 “커피농장 인부 구함”이라고 새겨진 플래카드를 흔들며‘축구를 못하면 농장에서라도 열심히 일해 코스타리카 특산품인 커피로 나라를 빛내라’는 식의 야유를 보냈다. 질베르투 바르가스(65)씨는 “감독이 마지막 경기에서 얼굴을 씻겠다(체면을 차리겠다)고 했는데 그리 못했으니 내가 기회를 주려고 한다”며 물 한 양동이와 비누, 수건을 갖다 놓기도 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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