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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 몰린 日銀총재

입력
2006.06.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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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 거래 혐의를 받고 있는 ‘무라카미 펀드’에 1,000만엔을 투자한 것으로 밝혀진 후쿠이 도시히코(福井俊彦ㆍ사진) 일본은행 총재가 야당의 집요한 공세와 국민의 비판에 시달리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태가 이처럼 악화한 것은 후쿠이 총재가 초기 대응을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는 지난 13일 투자 문제가 불거지자 국회에서 “룰을 위반한 적이 없다. 대단한 금액이 아니다”고 뻣뻣하게 버티며 “총재직을 끝까지 수행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무라카미 펀드에 투자해 1,500만엔에 이르는 이익을 올렸고, 5개 기업의 주식도 소유하고 있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져 파문이 더욱 증폭됐다.

상황이 악화하자 일본 정부 여당과 경제계는 “후쿠이 총재가 사임할 만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며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중요한 시기에 중앙은행 총재를 경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후쿠이 총재도 무라카미펀드에 투자한 원금과 이익 전액을 사회단체에 기부하고, 반년 동안 월급의 30%(61만엔)를 반납하겠다고 밝히는 등 반성 자세를 보이며 사태를 수습하려 했다. 일본은행은 “내부 규정을 고쳐 투명성을 더욱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후쿠이 총재의 사임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나라의 금융정책을 책임지는 지도자로서 도의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들도 “서민들에게는 제로금리 등 저금리 정책을 강요한 그가 자기만 높은 이자 운용으로 이익을 올린 것은 용서할 수 없다”며 분노하고 있다. 최근 실시한 교도(共同)통신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9%가 후쿠이 총재가 “사임하는 것이 좋다”고 대답했다.

일본 경제계는 이번 스캔들이 금융 정책의 시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최근 제로금리 해제 필요성이 다시 부상하고 있지만 약점을 잡힌 후쿠이 총재가 제로금리 해제에 소극적인 정부를 상대로 제대로 밀어붙이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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