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총액 제한이라니요, 사실무근입니다.”
21일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 한도를 일일이 정해주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기자가 금감원 관계자들에게 기대한 답변이었다. 하지만 담당 팀장은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공문을 보냈을 뿐, 창구지도는 아는 바 없다”는 애매한 답변만 했다. 임원들은 하루 종일 회의 중이라며 연락이 되지 않았다.
‘사실무근’이라는 해명을 기대한 것은, 금감원이 은행마다 월별 대출금액 한도를 일일이 정해주고 한도를 넘으면 신규 대출을 중단하도록 구두로 지시했다는 게 상식선에서 너무 벗어났기 때문이다. 물론 올 들어 금융기관의 주택 담보 대출액이 급증하는 것과 관련, 한국은행이 버블 해소 차원에서 선제적인 금리인상 조치를 단행한데 이어 감독당국도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시장안정을 위해 타당하다.
400조원 이상의 부동자금이 몰려있는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꺼질 경우 주택담보대출 경쟁을 벌였던 은행 등 금융기관이 큰 타격을 입고, 금융시장도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이 어느 때인가. 한ㆍ미간에 금융시장 개방안이 담긴 FTA 협상이 진행 중이고 정부는 아시아의 금융허브를 목표로 금융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기관의 자율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을 밝혀온지 오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감원의 창구지도는 환란 전 금융기관을 쥐락펴락했던 관치망령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개운찮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감독당국의 건전성 감독은 법과 규정의 테두리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금융기관에 대해 시시콜콜 대출지도를 하는 것은 자칫 ‘신관치(新官治)’로 오해받을 소지가 많다.
최진주 경제부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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