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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윤 선생님의 새로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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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윤 선생님의 새로운 도전

입력
2006.06.2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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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제2, 제3의 일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하나의 직업만을 갖기에는, 은퇴 후 놀면서 살기에는 인생이 길다. 70대~80대까지 생을 설계하면서 각 시기마다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윤정옥 선생님이 떠 오른다. 윤 선생님은 65세에 이화여대에서 은퇴한 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조직하고 정신대 문제를 국내외에 부각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의 진상을 밝히고 그 만행을 세계에 고발하기위해 십여년 이상 헌신했다. 그는 한국 정신대 운동의 산모(産母)이고 대모(代母)였다.

● "은퇴 후 진짜 세상에 눈 떠"

그리고 81세가 된 금년 봄 그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베트남전쟁 중에 한국군의 아이를 낳은 여성들, 그 자녀들을 뒤늦게나마 돕자는 운동이다. 지난 3월 베트남에 가서 한국군의 아이를 낳은 여성 11명과 2세, 3세들을 만나고 온 윤 선생님은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열악한 학교 시설을 증축해주는 운동을 함께 펴고 있다.

윤 선생님은 지난 2000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고발하기 위해 도쿄에서 열렸던 여성국제법정에서 베트남의 뚜엣 교수를 만났는데, 그로부터 한국군의 아이를 낳은 수많은 베트남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정신대의 연장선상에서 그들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군 위안부처럼 정부가 개입한 것은 아니지만, 그 베트남 여성들도 전쟁의 피해자라는 점에서 다름이 없었다.

"우리가 정신대 문제로 일본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것들을 단 얼마라도 그 베트남 여성들에게 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지난 3월의 베트남 방문은 개인적으로라도 그 여성들에게 속죄하고 조금이나마 돕기 위한 것이었다. 60대, 70대가 된 그들은 모두 농촌에서 가난하게 살고 있었는데 우리는 손을 잡고 함께 울었다."

윤 선생님은 여성 후배들과 함께 '한국-베트남 시민연대'를 만들었고, 월 1만원 정도의 성금을 낼 수 있는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시민연대는 성금이 모이는 대로 그 베트남 여성들과 2세, 3세를 돕는 일 이외에 빈 호아의 초등학교 증축을 지원해줄 계획이다. 빈 호아 초등학교는 전쟁 중에 한국에서 지어준 학교로 교사에 태극기가 새겨져 있었는데, 교실이 7개 뿐이어서 3부제 수업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교실 증축비로 3만 달러 정도가 필요하다.

윤 선생님은 "나는 회갑을 맞았을 때 이제는 인생을 정리할 때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내가 정말로 세상에 눈 뜬 것은 은퇴 후 정대협 운동을 하면서부터였다. 그리고 이번에 베트남에 가서 또 한 번 세상에 눈을 떴다. 정치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배웠다. 한 나라의 정치나 국제정치나 한없이 잔인한 얼굴이 있고 그래서 시민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의 후배 여기자 이야기도 해야겠다. 그는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할 준비를 하고 있다. 도쿄 특파원 등을 역임하며 20여년 열심히 일하던 그는 몇 년 전 의료봉사단을 따라 네팔에 갔다가 의사가 되어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 열망을 이기지 못해 그는 신문사에 사표를 내고 입시학원에 등록했다.

"학교를 마치고 의사가 되면 50세가 된다. 적어도 20년은 의사로 일할 수 있으니 너무 늦은 도전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이제라도 내가 정말로 원하는 일을 찾을 수 있었으니 참 행복하다."

● 우리 모두 제2, 제3의 일 찾아야

윤정옥 선생님과 그 여기자의 공통점은 좀더 나은 세상을 위해 헌신하고 싶다는 열망이라고 생각한다. 일제치하에서 정신대에 끌려갈까 봐 대학을 자퇴하고 시골로 숨었던 윤 선생님은 정신대에 끌려갔던 동시대 여성들을 잊을 수 없었고, 일찍부터 자료를 모으며 그들을 위한 어떤 일을 준비했다.

우리 모두 제2, 제3의 일을 찾아야 한다. 50에도, 60에도, 80에도 원하는 일을 찾을 수 있다. 좋은 꿈을 가지면 더 좋은 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장명수 본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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