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었다. 2006독일월드컵 조별리그 최고의 빅매치로 기대를 모았던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와 ‘탱고 축구’ 아르헨티나의 대결은 싱겁게 끝났다. 22일 오전4시(이하 한국시간)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C조 최종전에서 두 팀은 지루한 공방전 끝에 0-0으로 비겼다. 양팀 모두 2승1무(승점7점)를 기록했지만 골 득실에서 앞선 아르헨티나(+7)가 조 1위로 D조 2위 멕시코와 16강전(25일)에서 맞붙고 네덜란드(+2)는 26일 D조 1위 포르투갈과 8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이날의 대결의 코드는 철저히 16강전에 맞춰졌다. 경고누적과 부상 등을 우려해 팀의 주전들 대부분이 달콤한 휴식을 취했다. 아르헨티나는 에르난 크레스포(31ㆍ첼시) 하비에르 사비올라(25ㆍ세비야) 가브리엘 에인세(28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을, 네덜란드 역시 ‘그라운드의 마법사’ 아르연 로번(22ㆍ첼시)과 히오바니 판 브롱크호르스트(31ㆍ바르셀로나), 욘 헤이팅아(23ㆍ아약스), 마르크 판 보멀(29ㆍ바르셀로나)를 벤치에 앉혔다.
국제축구연맹(FIFA) 짐 셀비 기술연구그룹 위원은 이날 FIFA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감독들이 스타들을 벤치에 앉혀 빅 매치의 김을 뺐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양팀이 이미 2라운드에 진출한 만큼, 16강전 ‘올인’을 위해서라도 핵심전력의 재충전이 필요했다며 ‘실리를 따진 선택’이라는 긍정적인 평도 나왔다.
축구에서 가장 재미있다는 ‘펠레 스코어(3-2)’까지는 아니더라도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낼 멋진 장면 몇 번은 나왔어야 함에도 이날 경기는 김 빠진 맥주만큼, 지루했다. 간간히 위기장면이 연출됐지만, 시종일관 밋밋한 공방을 주고 받은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 ‘패배=탈락’인 16강부터는 다시 얼마나 굉장한 파괴력을 선보일지 궁금하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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