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편일률적인 결혼식은 이제 그만! 같은 프로그램으로, 같은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 안에, 정신없이 치러지는 결혼식이 싫다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그래서인지 신부들이 얼마 전부터 ‘하우스 웨딩’ 에 부쩍 관심이다. 기존의 주택을 개조하거나 새로 지어 공간이 아늑하고, 결혼식 진행도 ‘내 생각’ 대로 할 수 있는 ‘하우스 웨딩’ 이 ‘동화 같은 나만의 결혼식’을 선호하는 젊은 예비 부부들에게 어필한 것이다.
결혼식장 스케줄에 맞춰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하는 ‘꼭두각시식 웨딩’은 더 이상 싫다는 것. 하객만해도 그렇다. 부모들의 잔치로 정작 당사자의 하객들은 앉을 자리가 없어 모니터로 결혼식을 보고 얼굴 도장만 찍은 후 다급하게 떠나기 일쑤인데 그것도 마음이 허전하다.
그래서 하객도 부모와 상의해 일가 친척들과 친한 지인들만 양가 합해 100~200명으로 단출하게 초대한다. 하객 수를 많이 모으는 데 급급한 ‘양적인 흥행’이 아니라 하객도 함께 즐기고 주인공에게도 의미 있는 ‘질적인 흥행’에 초점을 두려는 것이다. 단지 몇 시간이지만 평생 한 번뿐인 소중한 순간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하객들과 성스럽고 소중하게 만들고 싶은 것이 그들의 마음. 서양의 파티 문화와 집에서 예식을 치렀던 한국 전통 혼례 문화를 섞어놓은 것 같았다.
18일 서울 평창동 주택가, 고즈넉한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한 집만 왁자지껄 파티 분위기다. 1,000평 남짓한 4층짜리 주택을 개조해 만든 ‘아트브라이덜’에서는 하우스 웨딩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서울시내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초록빛 잔디와 저택 뒤로 보이는 북악산에 신부의 환한 미소까지 어우러져 최고의 분위기를 냈다. 신부대기실에 가만히 앉아 하객들을 맞아야 할 신부가 정원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하객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분위기가 자유스러웠다.
얼마 후 정원 언덕 길 계단에서 신부가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내려오면서 결혼식 파티가 시작됐다. 신랑과 신부가 하객들 앞에서 자신들이 직접 작성한 ‘사랑의 서약서’를 낭독했다. 신랑이 다소 떨리는 음성으로 이날을 위해 마음속 깊이 담아뒀던 마음을 고백하자 신부가 눈시울을 붉힌다. 하객들에게서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식은 서약서에 사인을 하고 반지를 교환하면서 끝을 맺고 하객들은 주택 안으로 이동했다. 주례도 따로 없다.
하객들이 저녁상이 차려진 테이블에 착석하자 1층에 마련된 그랜드 피아노에 신랑이 앉았다. “신랑이 설마 노래하는 거야?” 하객들이 술렁거렸다. 곧이어 현경과 영애가 불렀던 ‘아름다운 사람’ 전주가 흘러나왔다. 피아노 연주가 취미인 신랑이 아내와 하나되는 이날을 위해 준비한 노래란다.
신부의 눈에서 다시 한번 눈물이 흘렀다. 후배들의 코믹한 축가는 숙연해졌던 분위기를 단번에 바꿔줬다. 노래 잘하는 친구가 장식하는 멋드러진 축가가 아니다. 후배가 한명이 나오더니 “노래는 잘 못하지만 선배님의 결혼을 축하하는 마음에서 김종국의 ‘사랑스러워’를 열심히 한번 불러보겠습니다”라고 외쳤다. ‘워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사랑스러워~워어~. 워어~ 니가 나의 여자라는 게 자랑스러워~’ 신랑신부는 물론 하객들에게까지 율동을 유도한 그의 축가로 장내는 갑자기 웃음바다가 되고 말았다.
다음은 신랑신부에게 축하 메세지를 전하는 시간.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 하객석으로 마이크가 돌아갔다. 듣는 사람의 마음까지 뭉클하게 하는 진심어린 메시지들이 쏟아졌다.
식사 후부터는 본격적인 이벤트 시간이다. 하객들이 자유롭게 마당에서 디저트를 먹는 동안 신랑은 2층에서 변장을 했다. 사각모자도 쓰고 수염도 달고 커다란 맥주통을 들쳐 업고 갑자기 나타났다. 하객들에게 ‘참석해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일일이 전하며 맥주를 나눠준다. 술도 한잔씩 걸치고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자 사회자의 진행아래 신랑신부에게 불리한 게임이 시작됐다.
별난 벌칙에도 연신 싱글벙글한 신랑신부와 배꼽 잡고 웃는 하객들, 모두가 하나 된 이날 결혼식은 3시간이 넘게 진행됐다. “결혼식 당일 날 신랑신부와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즐긴 결혼식은 처음이에요. 마음껏 축하해 줄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이날 120여명의 하객 대부분은 식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 하우스웨딩 어디가좋을까?
요즘 교통 좋은 서울 시내 한복판에도, 도심 속 주택가에도 속속들이 하우스 웨딩 업체가 생겨나고 있다. 웨딩 전문가들은 수요가 느는 만큼 하우스 웨딩 업체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하우스 웨딩을 계획하고 있는 신랑신부에게 ‘물 좋은’ 업체 3곳을 추천한다. 하객의 수와 가격, 분위기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업체를 선택하면 좋을 것 같다.
▦ 삼성동 '더 베일리 하우스'
하우스 웨딩 전문업체 ㈜마리진이 일본 하우스 웨딩 업체와 제휴해 5월에 문을 열었다. 서울 삼성동 빌딩숲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외부와 적당히 차단된 느낌이 든다. 성스러운 분위기를 내는 채플과 비밀화원처럼 말끔하게 가꿔진 정원이 멋스럽게 어우러진 공간.
결혼식을 거행하는 채플(2층)은 순결을 상징하는 흰색과 고급스런 느낌을 내는 진한 나무색으로 처리했다. 천장은 대나무로 짠듯한 라탄 질감으로, 전면은 유리로 마감했다. 바닥은 아이보리빛 대리석으로 깔고 중앙에 버진 로드(신랑신부가 입장하는 길)만 유리로 만들어 수천 장이 넘은 흰색 꽃잎을 가득 채워 넣었다.
500평 규모의 2층짜리 건물과 100평짜리 정원까지 포함한 전체를 내 집처럼 사용할 수 있다. 드레스에서 허니문까지 원스톱 패키지가 가능하고 예식진행은 웨딩 프로듀서가 신랑신부의 취향에 맞춰 기획한다. 비용은 200명을 기준으로 모두 포함해 2,000만원정도. 10월을 제외한 나머지 달은 예약 가능하다. (02)539-2956, www.baileyhouse.co.kr
▦ 평창동 '아트브라이덜'
북악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서울 평창동 고급 주택가에 있다. 전직 장관 소유의 집을 10년간 임차해 결혼식장으로 변신시켰다. 전체적인 느낌은 유럽풍으로, 용도는 결혼식을 치르기 적절하도록 완전히 뜯어 고쳤다.
북악산 때문인지 정원에 들어서면 싱그러운 산내음이 난다. 정원 한 쪽 비탈길은 물이 흐르도록 조경을 꾸며 멋스럽다. 내부는 전체적으로 하얀 톤으로 처리했고 신부 취향대로 그 때 그 때 색을 입히고 인테리어도 꾸밀 수 있다. 메이크업과 드레스 대여, 사진촬영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하다. 적정인원은 120~130명정도이며 예식비용은 120명 기준으로 2,000만원정도. 친인척과 친구로 하객을 나눠 1, 2부로 진행하는 방법도 있다. (02)3217-5518, www.artbridal.com
▦ 논현동 '웨딩&라이프컴퍼니 더블유'
논현동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다. 80평 정도로 다른 곳보다 규모가 작은 편. 프리렌서 사진작가 공은석(33)씨가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 2005년 4월 문을 열었다. 작지만 모던하면서 아기자기 하다. 패션과 인테리어, 푸드 등 각 분야별로 스타일리스트가 있어 작업이 보다 전문적이라는 것이 이 곳의 장점.
예식은 고객의 취향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젊은 여자의 느낌’. 케이터링 전문 업체이기도 한 이 곳 음식은 독특한 퓨젼 요리로 뷔페식이다. 재혼이나 리마인드 웨딩을 치르기에도 적절한 편. 적정인원은 100명, 예식비용은 100명 기준으로 1,200만 원 정도다. (02)518-0363, www.wearew.com
조윤정기자
■ 하우스웨딩 '강아지와 함께 입장하고 주례 생략하기도'
“어휴, 주말에 결혼식 또 있어. 가서 눈도장만 찍고 올게.”, “야, 나는 이 달에 축의금 지출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정말 만만치 않아”, “나도 얼마전에 별로 친하지도 않은 동창한테 전화가 왔어. 아니나다를까 결혼한다잖아. 이거 안 갈수도 없고…” 주변인 결혼식 때마다 하객입장에서 볼멘소리로 투덜거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불평도 가지가지다.
요즘 젊은 부부들의 관심을 끄는 ‘하우스웨딩’ 이 그런 불만을 약간 해소 시켜주는 듯하다. 하우스웨딩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류층 소수 젊은이들의 결혼 문화로 인식됐었다. 그러나 이제는 파티문화를 즐기고 새로운 예식 방식을 추구하는 신세대 커플들이 선호하는 결혼 문화 코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하우스웨딩은 일반 예식장이 아닌 독립된 공간에서 부부와 하객들이 특별한 시간을 갖는 것이다. 하객도 가족과 친한 친구들 몇 명만 소수로 초대한다. 청첩장에 참석 여부를 표시해 신랑신부가 사전에 인원체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주로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여유롭게 진행되는데 한적한 교외 정원에서 치르기도 하고 요즘은 실제 주택을 개조해 내 집처럼 꾸며놓은 장소를 빌려서도 많이 한다.
평생 한번 뿐인 결혼식을 그들만의 문화로 하객과 함께 즐긴다는 것이 포인트. 예식부터도 다르다. 강아지와 함께 입장할 수도 있고 주례를 없애기도 한다. 부부가 원하는 콘셉을 잡는다. 이벤트성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피로연도 즐겁고 유쾌하다. 나이트 클럽처럼 모두 모여 춤을 출수도 있고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기 위한 사람들만 모인 만큼 하객들까지 결혼식에 적극 동참하는 식이다. 신랑신부에게도 의미가 있고 하객들에게서도 마지못해 참석하는 결혼식이 아니기 때문에 예식이 진행되는 내내 세심한 배려가 묻어난다.
▦ 하우스웨딩의 장점?
1. “남들과 똑같은 건 별로야! 평생 한번인데 나만의 결혼식을 치르고 싶어” 신랑신부가 원하는 대로 예식 진행을 기획할 수 있다.
2. “전체적으로 핑크톤으로 꾸미고 싶어.” 음식선택, 집기, 전체적인 인테리어까지 내 집처럼 내 마음대로 꾸밀 수 있다.
3.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까지 시끌벅적 정신 없는 결혼식은 별로야” 소중한 사람들만 초대해 그들과 함께 즐기는 브라이빗 파티식이다.
4. “다음 식때문에 너무 시간이 촉박해.”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진행할 수 있다.
5. “아침부터 미용실 들러 드레스 대여까지 하려니 힘드네” 신부화장, 촬영, 드레스 대여까지 원스톱 패키지가 가능하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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