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본격 피서철의 서막은 부산 해운대가 열어왔다. 7월 1일 해수욕장이 개장과 함께 해운대 백사장을 가득 채운 파라솔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전국에 또 바캉스 시즌이 왔음을 알릴 것이다.
남해와 동해가 만나서 이루는 절경의 바다. 부산의 해운대에서 시작해 송정해수욕장을 지나 기장의 해안까지 내처 달렸다. 하와이 와이키키를 연상시키는 해운대가 귀티 나는 백사장이라면, 대변항 오랑대 등을 품은 기장의 바다는 소박하면서 아기자기한 멋이 있다.
해운대를 내려다 보는 달맞이 고개를 지나 처음 맞는 마을이 청사포. 이름이 곱다. 부산 유지들이 많이 찾는다는 고급 횟집과 젊은 연인들의 단골인 조개구이집들이 포진해 있다. 송정해수욕장은 해운대 같은 명성은 없지만 그에 버금가는 풍경을 지닌 곳. 최근 예쁘게 집을 지은 카페와 음식점들이 들어서고 있다.
송정에서 바다를 끼고 2km 가량 달리면 수상법당 해동용궁사다. 너른 바다를 절집 마당으로 삼은 사찰이다. 특별한 문화재는 없지만 절묘한 풍경으로 늘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이다. 해동용궁사측에서 말하는 사찰의 내력으로는 고려 공민왕때 나옹화상이 이곳에 보문사라는 절을 창건했다. 임진왜란 등을 거치며 소실된 것을 1930년 통도사의 운강화상이 중창했고 1974년 정암스님이 해동용궁사로 바꾸었다고 한다.
사찰은 빼어난 풍경에 비해 조금 산만한 느낌이다. 절 초입에 늘어선 십이지신상이 처음 찾은 관광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삼재가 든 띠의 상 앞에는 불전함이 놓여있다. 삼재에 든 사람들이 그 화를 피하는 기원을 하며 성의를 표하라고 한 것. 불전함의 아이디어도 가지가지다.
절 문 앞의 5층 석탑은 교통안전기원탑이란다. 이곳에서 매년 안전운행대제와 교통사고로 죽은 이들의 왕생극락 발원제를 올린다고 한다. 절 문을 들어서면 배불뚝이 포대화상이 눈에 띈다. 득남불로 소문난 탓에 불룩 나온 배는 소원을 빌며 만진 이들의 손때로 새까맣다. 108개로 이뤄진 계단을 내려가 또 다른 테마부처인 학업성취불을 지나면 드디어 해동용궁사의 전경이 막힘 없이 열린다. 너른 바위 위에 올라앉은 절집은 바다와 너무 가까워 태풍이 일기라도 하면 성난 파도가 대웅전 지붕 위로 넘어갈 것만 같다.
해동용궁사에서 다시 해안도로를 타면 700m 앞에 또 다른 바닷가의 조그마한 사찰, 해광사가 있다. 바다로 튀어나온 오랑대 바위기암과 뒤편의 솔숲이 인상적이다.
해광사에서 바라보이는 항구가 봄이면 멸치로 유명한 대변항이다. 지금은 멸치철이 지났지만 포구의 길가 상점들은 멸치젓갈과 기장미역을 파느라 분주하다. 대변항 항구를 지나 언덕으로 올라서면 부산을 대표하는 영화 ‘친구’의 촬영지. 영화의 도입부 아이들이 물놀이 하던 장면 등을 찍었던 곳이다. 갯바위 위에 소박한 나무 벤치가 몇 개 놓여있어 조용히 한가로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해운대의 터줏대감인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은 본관 객실 리모델링 이후 처음 맞는 여름 성수기에 맞춰 풍성한 여름 패키지 상품을 출시했다. 디럭스룸 1박과 뷔페조식 2인, 옥외수영장과 노천온천 이용 등이 포함된 가격이 19만원(7월14~27일과 8월7~31일). 최고 성수기(7월28일~8월6일)에는 27만원이다.
호텔은 부산 벡스코에서 7월1일부터 열리는 스타워즈 전시회에 맞춰 여름 패키지 이용 고객에게 매달 1,000명에 한해 전시회 입장권 2매를 제공한다. 파라다이스 호텔의 노천 온천은 규모는 작지만 해운대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www.paradisehotel.co.kr (051)742-2121
부산=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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