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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터뷰/ 김진표 교육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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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터뷰/ 김진표 교육부총리

입력
2006.06.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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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자주 ‘공영형 혁신학교’ 꿈을 꾼다고 했다. 설립 목적을 벗어나 파행 운영되고 있는 외국어고와 자립형 사립고 등을 대체할 유일한 방안이 공영형 혁신학교라는 믿음 때문이다. 19일 공영형 혁신학교 시범운영 계획 발표 이후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그는 ‘정착’을 자신했다. “좋은 학교를 만들고 싶었다”,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 공영형 혁신학교, 자립형 사립고가 경쟁할 수 있겠지만 모델이 되는 것은 혁신학교다” 는 등 듣기에 따라 논쟁을 유발할 수 있는 발언도 쏟아냈다. 다른 시ㆍ도 외고 지원 제한과 공영형 혁신학교 운영 문제로 교육계가 어수선한 21일 오후 김 부총리를 만나 중등교육 정책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1시간 30분 동안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실에서 진행됐다.

“우수학생 뽑아 우수한 결과 내는 것은 교육적 성과로 볼 수 없어”

-학부모들은 공영형 혁신학교를 생소한 제도로 여기고 있습니다. 왜 혁신학교여야 합니까.

“미국의 차터 스쿨을 이해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평준화 정책을 따르는 미국은 공립학교가 갈수록 학력 저하, 성범죄와 마약 범죄에 노출되는 등 문제가 심각해지자 학교를 민간에 위탁해보자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래서 1992년 차터 스쿨을 도입했고 공립학교를 민간에 위탁 운영함으로써 혁신을 추구했습니다. 대부분 성공했어요. 부시 대통령은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고 말했습니다. 내년부터 시범운영될 공영형 혁신학교는 우리나라 중등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대안이 될 것입니다.”

-현 공립학교 수준의 저렴한 수업료에 우수한 교사, 교과과정 자율운영 등이 공영형 혁신학교의 특징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 학교라면 우수한 학생들이 몰릴 게 분명하고 내신 경쟁도 치열해지는 것 아닌가요.

“지금처럼 평준화 원칙이 유지되기 때문에 그런 우려는 안해도 됩니다. 근거리 배정이 원칙이어서 우수 학생이 몰릴 수 있는 확률은 현행 체제와 큰 변화가 없습니다. 우수 학생을 뽑아 데려가 우수한 결과를 내는 것은 큰 교육적 성과가 아닙니다. 지금도 평준화 지역을 다녀보면 (공영형 혁신학교 같은)좋은 학교가 있습니다. 평준화 지역인데도 잘 돌아갑니다. 공통점은 교장이 리더십을 갖췄고 교사가 전문성이 있으며 교장 교사 학부모가 똘똘 뭉쳤다는 점입니다. 그런 학교가 가치 있는 것 아닙니까. 공영형 혁신학교를 전국에 수백 개 만들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모든 학교를 단기간 내에 그렇게 좋게 만드는 건 불가능합니다.”

-일각에서는 공영형 혁신학교가 출범하면 예전의 지역 명문고 시대가 다시 올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사교육계에서는 또 다른 특목고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는데요.

“교육감이나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외고가 100개 이상 만들어지면 평준화는 반드시 깨집니다. 혁신학교는 평준화 기본틀을 지키면서 좋은 교육 모델을 만들겠다는 생각이지요. 모든 학교를 똑같이 하자는 게 평준화는 아닙니다. 모집 단위가 현행 학군 체제와 같아 그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겁니다.”

-공영형 혁신학교가 외고나 자사고 보다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지역 인사들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지자체의 외고 설립 남발을 막기 위해 혁신학교를 만든다고 하면서 한편에서는 지역의 절대적 지원이 필요하다면 모순 아닙니까.

“우리나라는 교육을 중앙 정부만 하는 걸로 압니다. 교육이 발전하려면 지방정부가 더 많이 참여해야 합니다. 그런데 전남 등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곳에서 먼저 하겠다고 합니다. 그 의지를 좋은 학교 만드는 모델을 통해 수용해야 하는 게 중요합니다. 팔짱 낀 채 ‘외고 만들라’로 내버려 두는 것은 중앙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입니다.”

“강남 사교육의 큰 수요는 외고생”

-2008년부터 시행될 다른 시ㆍ도 외고 지원 제한 조치를 반대하는 여론이 있습니다.

“과학고는 처음부터 광역 단위로 지원을 받도록 했습니다. 졸업생들도 72.5%가 이공계로 진출합니다. 설립 목적에 부합하지요. 하지만 외고 정책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매졌습니다. 모집단위를 전국으로 하다 보니 우수학생은 모이는데 여건이 좋다는 서울 경기 부산 경기에만 집중됩니다. 이들 지역 학교로 전국에서 우수 학생이 몰려들어 입학 정원은 8,000명이 넘지만 어문계열로 가는 사람은 30% 정도밖에 안됩니다. 설립 목적과 다르게 간 것이지요. 어문 계열로 가면 내신에 불이익을 받지 않아서 좋을 텐데 그렇지 않았어요. 그래서 사교육을 더 받게 된 것이지요. 강남 사교육의 큰 수요가 외고생입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가고 싶은 대학 가는 사람도 있지만, 방법이 없는 학생은 자퇴를 합니다. 비교육적입니다. 2008학년도부터 학생부 반영률이 50%이상 높아지면 문제는 더 커집니다. 5ㆍ31 지방선거 때 전국 기초ㆍ광역단체장 공약에 ‘외고 자사고 만들겠다??곳이 110개나 됐어요. 어느 중소도시를 가도 ‘외고반, 자사고반’ 상황이 벌어져서는 안되지요.”

-그렇더라도 너무 갑자기 외고 정책에 변화를 주는 것 아닙니까.

“이번 기회가 아니면 발표할 기회가 없다고 판단했어요. 모든 지자체가 공교육을 지켜가면서 외고나 자사고를 만들지 말고 혁신학교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지요. 외고 가면 불행해 진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입니다. “

-서울 지역 학군 조정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어떤 식의 학군 조정이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수요자들에 가능하면 학교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봅니다. 강북의 교육 여건을 개선해 강남ㆍ북 학력격차를 줄여보는 방향으로 가야 옳다고 봅니다. (김 부총리는 단일ㆍ통합학군 등 시교육청이 내놓은 4가지안 중 어떤 게 낫냐는 질문에 ‘어느 한쪽에 무게를 실어주면 불필요한 논쟁이 생길 것 같다’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혁신위, 교육부 안 토대로 교장공모제안 만들 것”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의 교장 공모제 도입을 놓고도 논란이 뜨겁습니다. 교육부는 교장초빙ㆍ공모제를 별도로 내놓아 혼란스럽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교통정리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혁신위의 교장공모제안은 교육부안과 기본적으로 다릅니다. 혁신위안은 교장 자격증이 없어도 교장이 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반면 교육부 안은 교감을 없애고 교장은 교사 경력 5년 이상인자를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자격증 유무와 관계없이 뽑는다는 것이다. 혁신위가 교육부 안을 토대로 현실 적합성이 높은 안을 만들어 줄 것으로 믿습니다.

-서울 지역 국제중 설립을 두고 교육계에서도 찬반이 갈라져 있습니다. 교육부의 명확한 입장은 무엇인가요.

“중학교는 의무 교육 과정입니다. 그런데 국제중 진학을 위해 초등학교 때 외국에 나가 영어를 마스터해 돌아오는 경우가 생기면 큰 문제 아닙니까. 다양성도 좋지만 ‘외고 실패’를 생각하면 교육청에서 현명한 판단을 할 것입니다”

대담=김승일 사회부장

김진각기자 kimjg@hk.co.kr박원기기자 one@hk.co.kr

■ "4,800만 전국민이 전문가… 교육이 경제보다 어려워요"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경제전문가다. 옛 경제기획원 시절을 포함해 재정경제부에서만 30년 이상 봉직했다. 김대중 정부 때 경제부총리도 지내 전무후무한 ‘부총리 2관왕’이다.

사석에서 “경제보다 교육이 더 매력적이다”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그지만 경제와 교육 중 어떤 것을 더 어렵게 느끼는 지 궁금했다. 답은 ‘교육’이었다. ‘4,800만 전문가를 상대로 한 행정’이라는 게 이유다.

“어느 자리나 다 어렵습니다. 개인적으로 경제는 오랫동안 종사했지만, 교육은 밖에서 보고 비판하는 입장에 있다가 막상 정책을 맡아서 운영하다 보니 몇 배 더 어려워요. 교육은 전 국민이 전문가 아닙니까.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것이지요. 월드컵 경기도 있고, 북한 미사일 문제 등 중요한 이슈가 적지 않은 데 ‘외고 지원 제한’이 신문의 1면을 장식하는 현실을 보세요.”

그는 교육 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는 까닭을 국민의 상충된 이해 관계에서 찾기도 했다. “교육정책을 반대하는 사람을 설득하고 극복해야 올바른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데, 그렇게 하려면 결국 정책의 성과를 보여 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는 그게(성과) 바로 나타나는데 교육은 한참 있다 나타나요. 그래서 어렵습니다.” 여론에 많이 좌우되는 교육정책 추진의 애로 사항을 지적하는 대목이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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