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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디다스·하프라이트' 언니들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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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디다스·하프라이트' 언니들이 돌아왔다!

입력
2006.06.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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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이 돌아왔다. 남성 영웅을 전면에 내세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홍수 속에서 오랜 만에 여배우를 원톱, 투톱으로 세운 외화 2편이 선보인다. ‘프리다’(2002) 이후 얼굴 보기가 어려웠던 셀마 헤이엑(왼쪽 사진의 왼쪽)이 단짝친구 페넬로페 크루즈와 함께 영화를 찍고 싶다던 오랜 꿈을 실현하고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브루스 윌리스와 이혼한 후 영화보다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더 자주 얼굴을 내비쳤던 데미 무어(오른쪽 사진)도 스릴러의 히로인으로 스크린에 컴백한다.

밴디다스

섹시한 은행 강도들의 복수극

여성 서부극 ‘밴디다스’는 무엇보다 시각적 즐거움으로 가득한 영화다. 19세기 멕시코를 배경으로 황토내음 물씬 풍기는 사막과 야생수목 넘실대는 저택 등이 이국 취향을 한껏 자극하는 데다 라틴 미녀를 대표하는 두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와 셀마 헤이엑이 동시에 스크린에 현현하니 도대체 한 눈 팔 새가 없다. 드레스 차림의 고전 복식부터 카우걸, 신부, 미망인, 무희까지 다양하게 변신하며 농밀한 매력을 과시하니 이것이야말로 ‘안구(眼球)웰빙’.

유럽 유학중인 귀족의 딸 사라(셀마 헤이엑)는 오랜 만에 집에 들렀다가 아버지의 은행을 빼앗으려는 미국 은행가의 손에 부친을 잃는다. 선머슴 같은 평민의 딸 마리아(페넬로페 크루즈)도 땅을 강탈하려는 미국 은행가의 총에 맞아 아버지가 다치면서 집을 잃고 떠도는 처지가 된다. “무식하다” “교양 떤다”며 서로를 질시하던 사라와 마리아는 미국 은행가에 대한 적개심으로 의기투합하고, 잃어버린 땅을 되찾기 위해 전설적 은행털이범 빌(샘 셰퍼드)에게 은행강도 훈련을 받는다.

넘어지고 부딪치는 두 미녀의 슬랩스틱 연기는 동화처럼 소략한 이야기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시종 사랑스러운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순진한 미국경찰 쿠엔틴 쿡(스티브 잔)에게 가하는 키스고문 등 두 ‘세뇨리타’의 섹시한 육탄 공세는 두 배우 고유의 성적 이미지로 인해 12세 관람가로는 아슬아슬 위태롭다.

미국 진출을 통해 세계적 스타가 된 그들이지만 할리우드 텃세에 설움이 많았던 걸까. 각각 멕시코와 스페인 출신인 헤이엑과 크루즈는 미국자본을 선량한 제3세계를 침탈하는 절대악으로 몰아붙이며 ‘미국 타도, 멕시코 만세’의 ‘안티 아메리카니즘’ 구호를 부르짖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언어는 영어다. 제목 ‘밴디다스’(Bandidas)는 ‘여도둑’이라는 뜻의 스페인어. 제작 각본 뤽 베송, 신인감독 조아킴 로닝과 에스펜 샌버그 데뷔작. 22일 개봉.

하프 라이트

동양 정서에 닿은 슬픈 스릴러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 레이첼(데미 무어)은 자신의 부주의로 아들이 익사하는 사고를 당한 후 남편과 이혼하고 한적한 교외 해변가로 거처를 옮긴다. 그곳에서 아내를 잃은 등대지기 앵거스(한스 매디슨)를 만나 동병상련의 사랑을 나누지만, 마을사람들은 앵거스가 이미 7년 전에 죽었다고 말한다. 앵거스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레이첼에게 자꾸 아들의 혼령이 나타나고, 레이첼은 공포와 혼란에 휩싸인다.

크레이그 로젠버그 감독의 ‘하프 라이트’(Half Light)는 슬픔과 한이라는 동양적 정서가 전면에 돋을새김된 축축한 스릴러다. ‘폭풍의 언덕’을 연상시키는 영국 북부의 난폭한 바닷가가 슬픈 공포를 자아내는 영화의 분위기를 고조시키지만, 문제는 결말에 드러난 공포의 실체가 관객의 역치에 크게 미달한다는 점. 전신 성형수술로 세월의 힘에 저항했지만, 데미 무어의 백만불짜리 매력은 역시 성형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슬픈 눈동자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29일 개봉. 15세.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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