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에 의한 주먹구구식 의사 결정으로 효과 없는 마케팅을 펴는 건 현찰을 불사르는 것과 같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업계를 선도할 혁신 제품 창출과 함께 체계적인 마케팅을 강조, 주목된다. 그는 특히 올해 삼성전자의 마케팅 투자는 4조원을 넘는 등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고 있는 데 성과에 대해선 철저한 관리가 없다며 '체계적인 마케팅 전략'을 주문했다. '혁신 전도사'인 윤 부회장이 마케팅 투자에 대한 성과 관리 등을 지시한 건 처음이다.
윤 부회장은 최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와 인지도가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선호도나 프리미엄 지수 같은 질적인 부문은 여전히 선진 경쟁사와 많은 격차가 있다"며 "프리미엄 브랜드 위상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소니의 워크맨, 애플의 아이팟처럼 한 시대의 문화를 대표하고 남들과 차별화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비자들은 기존 제품보다 몇 배의 가치를 기대하며 신제품을 사는 만큼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체계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며 "광고와 판촉, 유통 등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마케팅 투자에 대한 성과 관리를 철저히 해 투자의 효율성을 높일 것을 지시했다. 그는 "매년 매출액이 늘어나며 마케팅비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지만 이에 대한 성과 측정이 불분명하고 효과에 대한 검증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기존의 주먹구구식 의사 결정 방식에서 벗어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마케팅 전략과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윤 부회장의 이 같은 언급이 최근 전자 및 정보기술(IT) 업계의 실적 및 경영환경 악화 등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경쟁 심화 및 환율 하락 등의 영향으로 1조6,100억원에 그쳐 지난해 1분기 2조1,500억원에 비해 25%나 감소했다.
또 반도체, LCD, 정보통신, 디지털미디어, 가전 등 삼성전자의 5대 사업 부문 중 유일하게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성장세를 기록했던 LCD마저 최근 가격 인하와 업계 감산 등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케팅 투자에 대한 성과 관리는 결국 마케팅 비용 감소 등 전반적인 긴축경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삼성전자가 마케팅 비용까지 줄인다는 것은 그만큼 전자 및 IT 업계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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