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21일 북한 미사일 관련 보고를 위해 한나라당 김영선 대표 등 당직자들을 만난 국회의 당 대표실에선 두 가지 해프닝이 벌어졌다. 첫째는 김 대표의 영(令)이 서지 않은 것이고, 이 장관이 예상치 못한 면박을 당했다는 게 둘째다.
김 대표의 요청에 따라 국회를 찾은 이 장관이 “연락 주셔서 감사하다”고 첫인사를 하자 동석한 의원들이 작정하고 이 장관을 몰아 붙였다.
박희태 의원은 “큰 현안이 있으면 장관이 제1 야당 대표에게 자진해서 설명해야지, 그렇게 바빴느냐”고 날을 세웠다. 당황한 이 장관이 “광주에서 6ㆍ15 행사를 마무리 하느라…”고 말끝을 흐리자,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장관이 한가하게 그런 행사에 매달려 있을 시기냐”고 따졌다.
“광주에서도 할 일은 다 했다”는 이 장관의 대답에 이 의장은 “그럼 아예 광주에 있지 왜 올라 왔느냐”며 감정 섞인 면박을 주었다.
또 박 의원은 최근 북한의 한나라당 비난 발언과 관련, “북한이 허튼 소리를 하면 따끔하게 야단을 쳐야지, 그런 소리를 듣고 가만히 있는 것도 장관의 직무유기”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에 김영선 대표가 냉랭한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비공개로 하자”며 기자들을 내보내려 했다. 하지만 박 의원은 “비공개는 무슨!”이라고 냅다 역정을 냈다. 김 대표가 “귀한 손님인데…”라고 다시 한 번 나섰으나, 박 의원은 “귀하긴 뭐가 귀해!”라고 쏘아 붙였다. 김 대표도, 이 장관도 귀까지 빨개졌다. 임기 24일의 김 대표가 당을 제대로 장악할 수 있을 지 우려되는 장면이다.
설상가상으로 김 대표는 이날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을 맡은 의원 10여명과 오찬을 하려 했으나, 상당수가 불참을 통보해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직자는 “이른바 영이 서지 않는다”고 안쓰러워 했다.
그래도 김 대표의 의욕은 차고 넘친다. 김 대표는 민생 투어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현장 봉사활동과 대덕 연구단지 방문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아 당이 일정을 조정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허태열 사무총장은 “의욕 지수가 만점”이라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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