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전천후 득점기계다.”
득점 단독선두(4골)로 나선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28ㆍ베르더 브레멘). 2002한일월드컵 당시 5골로 브라질의 호나우두(레알 마드리드ㆍ8골)에게 빼앗겼던 ‘골든 슈’(득점왕)를 반드시 되찾겠다는 승부욕은 아무도 못 말린다. 특히 ‘몰아넣기’에 능한 클로제는 월드컵 통산 9골로 게르트 뮐러의 최다기록(14골)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헤딩 머신’이라는 별명이 4년 전 그만의 명품이었다면, 이번에는 발과 함께 온 몸이 무기다. 탁월한 위치선정에다 양 발을 자유자재로 쓰는 기교, 여기에 강한 체력과 과격한 몸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근성 등 그야말로 ‘축구를 즐길 줄’ 아는 특급 골잡이로 재무장한 것이다. 독일 국민들은 골을 넣은 그를 향해 “살토 클로제”를 외친다. 살토는 독일어로 공중제비를 뜻하는데, 독일의 심장부인 수도 베를린을 요동치게 하는 함성 속에는 독일의 4번째 우승을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 오롯이 담겨 있다.
폴란드 태생인 클로제는 조금 늦은 아홉 살에 축구에 눈을 떴다. 그 탓일까. 엘리트 코스를 밟지 못한 채 3부 리그 FC홈부르크 등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하며 아마추어 리그를 전전해야 했다. 무명의 설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채 언제 올지 모를 기회를 준비했다. 마침내 22세 늦깎이로 카이저슬라우테른을 통해 빅리그에 입성한 그는 보란 듯이 2년간 62경기에 출전해 25골을 잡아내며 한일월드컵 대표팀 엔트리에 뽑혔다.
그의 발탁을 두고 말들이 많았지만, 클로제는 독일을 준우승으로 이끌었고 A매치 58경기에 28골을 넣는 발군의 골 결정력으로 세계 최고의 공격수 반열에 올랐다. 결승전(7월 10일)이 열릴 베를린 월드컵경기장에서 다시 한번 클로제의 ‘살토’가 그라운드에 펼쳐질 수 있을지 독일은 물론, 65억 지구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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