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취임한 임채정(65) 국회의장이 이용훈(64) 대법원장과 중ㆍ고교 동기동창인 것으로 밝혀져 화제다. 입법부와 사법부 수장을 같은 학교에서 배출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21일 광주일고 동창회에 따르면 전남 보성 출신인 이 원장과 나주 출신의 임 의장은 1956년과 1959년 광주서중과 광주일고를 졸업했다. 고교 2학년 때는 같은 반 급우였다.
고교 시절 이 원장은 전형적인 학구파였다고 한다. 줄곧 1등을 놓치지 않았지만 말수는 많지 않았다. 반면 임 의장은 활달한 성격에 사교성이 뛰어났다고 한다. 성적은 반에서 중간 정도였다. 성격이 차분했던 이 원장은 서예반에서 활동했고 글쓰기를 좋아했던 임 의장은 문예반 활동을 했다.
고교 졸업 후 이 원장은 서울대 법대에 진학해 판사의 길로 들어섰고 임 의장은 고려대 법대에 진학해 기자가 됐다. 이 원장은 30여년 동안 판사로 일했고 임 의장은 1975년 동아일보에서 해직된 뒤 1987년 정치권에 뛰어들어 4선 의원이 됐다.
성격과 진로는 달랐지만 두 사람은 평소 서로를 걱정해주는 절친한 사이라고 동창생들은 전했다. 임 의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동창생들에게 “용훈이는 정말 훌륭한 대법원장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이 원장도 자신 때문에 임 의장이 국회의장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며 걱정했다고 한다. 같은 학교 출신이 사법부 수장에 이어 입법부 수장까지 꿰차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동창회 이복조(67) 총무는 “용훈이는 동창회 모임 때면 ‘채정이가 국회의장 감인데 나 때문에 못 되는 것 아니냐’며 미안해 했다”고 전했다.
임 의장 취임 후 모교인 광주일고 앞에는 대형 축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내달에는 이 원장 초청으로 임 의장 취임 축하모임이 예정돼 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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