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교육부총리가 "2008년부터 외고의 경우 거주하는 광역시ㆍ도 학교에만 갈 수 있다"고 발표하자 논란이 드세다. 김 부총리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도가 잘못돼 있으므로 전반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혀, 이번 조치가 외고에 대한 제도개편의 일환임을 강조했다.
우리는 외고가 본래의 설립취지에 어긋나 있다는 판단에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도, 문제 인식과 해결방식에 심각한 편견과 오만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외고는 '평준화 문제점 보완, 수월성 교육 강화'를 취지로 설립됐다. 외국어에 능한 학생을 선발해 국제화에 대비하는 목적도 있다. 학생 모집과 교육에서 '수월성'을 보장해 놓고, 어문계열 대학에 많이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10여년 지속돼 온 제도를 하루 아침에 바꾼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고교교육과 대학입시의 문제를 거주지로 강제하겠다는 발상은 더욱 그렇다. 수도권에 집중된 외고를 따라 인구가 몰린다면 '거주지 할당제'를 도입할 것인가.
현재 중2학생부터 적용될 제도를 너무 급히 발표했다는 비판에 당국자는 "2010년쯤부터 하려 했다"고 졸속을 시인하면서도, "10개월 전에만 발표하면 된다. 1년이나 남았다"고 했다. 외고가 없는 광역시ㆍ도는 어쩌느냐는 지적이 일자 이튿날 "새로 만들면 된다"고 했다. 전날 교육부는 "5ㆍ31선거 당선자 공약대로라면 수많은 외고가 생겨 평준화교육은 와해된다"고 지적했었다.
김 부총리는 인터뷰에서 "외고에 가면 불행해진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익숙해진 이런 투의 말에서 우리는 참여정부의 '계산된 저의'를 의심하게 된다. 정치적인 이유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문제를 이용한다는 지적에 공감하는 사람들일수록 갈팡질팡하는 김부총리의 정책을 비난하고 있다.
외고의 교육과 운용이 설립취지를 일탈하면 이를 제어ㆍ지도하고 학생들이 어문계열 입학을 꺼린다면 유인책을 찾는 것이 교육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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