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최대 파워그룹인 ‘모피아’가 ‘수난의 계절’을 맞고 있다. 모피아(MOFIA:재정경제부 영문약자인 MOFE와 마피아의 합성어)란 금융권에 포진한 재경부 관료 출신 인사들을 일컫는 것으로, 배타적이면서도 끈끈한 응집력과 인맥으로 얽힌 로비력 때문에 마피아 조직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변양호 보고펀드대표의 구속,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에 대한 계좌추적에 이어 21일엔 연원영 전 자산관리공사사장과 김유성 전 대한생명감사가 검찰에 체포됐다. 모두 재경부 출신이다. 검찰이 현대차 비자금사건과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이래, 구속 체포 계좌추적 등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확인된 재경부 출신만 벌써 4명째다.
과거에도 금전스캔들로 모피아 인사가 구속된 예는 종종 있었지만 지금처럼 줄줄이 수사받고 체포된 경우는 일찍이 없었다. 가히 ‘줄초상’이라 해도 지나칠 것이 없는 상황이다.
얽혀든 사람들의 면면 자체도 충격적이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너무도 잘 알려진 모피아의
대부나 다름없는 인물. 변양호 대표는 재경부 시절 가장 유능한 관료였고, 그럼에도 현직을 훌훌 버리고 사모펀드시장에 뛰어들어 더 유명해진 인사다. 연원영 전 사장 역시 환란 직후 당시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밑에서 구조조정실무를 총괄했던 정통 금융관료 출신이며, 김유성 전 회장은 비(非)고시 출신으로 재경부 국장까지 지냈다.
재경부도 충격에 휩싸였다. 이렇게 집중포화를 받은 예도 없거니와 대상자들이 ‘도저히 그럴 것 같지 않은 선배’들이어서, 재경부 현직 관료들은 더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여기에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 감사원으로부터 ‘실패한 정책’ 판정을 받아 검찰통보까지 된 터라, 재경부은 이래저래 사면초가에 휩싸여 있다. “환란 때 재경부 책임론이 나올 때보다도 더 힘들고 더 고개를 못 들겠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재경부를 겨냥한 뭔가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는 소리마저 들린다.
재경부 내부 분위기가 이렇게 돌아가자 한덕수 부총리는 이날 직원들을 달래는 이메일까지 띄워야 했다. 한 부총리는 “재경부에 대한 비판은 그만큼 재경부에 거는 기대와 믿음이 크기 때문”이라며 “겸허한 자세로 이 신뢰를 지켜나가자”고 당부했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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