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유예하는 이른바 ‘모라토리엄’이 여전히 유효한지를 놓고 북미간에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한성렬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20일(현지시간) “모라토리엄은 북미간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1999년 베를린 북미 고위급회담의 모라토리엄에는 ‘대화 계속’이라는 조건이 있었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2002년 모라토리엄의 유효함을 확인한 북일 정상회담의 평양선언에 대해서도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미사일 시험발사를 일시 중지한다고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은 북핵 6자회담 등 대화가 중단된 상태인 만큼 모라토리엄은 원인무효가 됐다는 것이다. 북한 외무성 아시아국 부국장급인 이병덕 일본 담당 연구원도 앞서 “국가 자주권인 미사일 발사는 평양선언이나 지난해 북핵 6자회담에서의 9ㆍ19 공동성명 등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전날“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1999년 자신들이 서명했고 2002년 재확인한 모라토리엄상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이 모라토리엄은 분명히 9ㆍ19 공동성명의 일부”라고 말해 모라토리엄 파기는 공동성명의 파기라는 입장을 보였다.
미국은 현재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있기는 하지만 대화가 중단됐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 미국은 또 9ㆍ19 공동성명 가운데 “북일은 평양선언에 따라 관계정상화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했다” “6자는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을 위해 공동 노력할 것을 공약했다”는 부분이 북한의 모라토리엄 유지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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