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 취임 후 지구를 8바퀴나 돌았습니다."
외자 유치를 위해 재임 4년 동안 32만2,000㎞를 비행한 손학규 경기지사가 마지막 외자유치 일정을 마치고 20일 귀국했다.
손 지사는 지난 11일 21번째 투자유치단을 이끌고 출국, 미국 핀란드 스페인 아랍에미리트연합 싱가포르를 거치면서 6개 업체로부터 모두 2억8,700만 달러의 투자협약을 체결했고 2개 사와 2,900만 달러어치를 상담하는 성과를 거뒀다. 손 지사의 이번 마지막 외자유치 활동도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호텔 식당에서의 따뜻한 식사는 언감생심, 기내식 아니면 김밥으로 한끼를 때우기 일쑤였다.
손 지사의 외자유치 열의를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적지 않다. 일본 굴지의 LCD 포토마스크 생산업체인 호야(HOYA)사의 스즈키 히로시(鈴木洋) 사장은 지난 3월 경기도 초청으로 일본에서 열린 CEO 만찬장에서 "세 번이나 찾아와 투자를 강요한 손 지사의 삼고초려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고 실토했다.
이유인 즉 손 지사가 LCD 장비의 국산화를 위해 호야사를 찍었고, 2003년 7월 일본으로 가 평택 포승공단에 투자를 제의했다. 이곳이 염분이 많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손 지사는 다음해 2월 재차 방문해 평택 현곡지구로 수정제의했고, 호야사의 실무진이 이를 검토하기 위해 한국으로 오자 새벽에 직접 호텔로 찾아가 지원방안을 설명했다.
2004년 7월 손 지사를 세번째 만난 스즈키 사장은 결국 현곡단지에 6,000만달러의 투자양해각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를 유비와 제갈량의 삼고초려(三顧草慮)에 비유했던 것이다.
손 지사가 자랑하는 파주 LG필립스 LCD단지도 대단하다. 손 지사는 필립스를 남북접경지역에 유치할 경우 경제효과 뿐만 아니라 분단이미지 완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공장예정지 묘지 1기 당 공무원 1명을 붙여 이전을 독려했고, 겨울철에는 온풍기로 언 땅을 녹여가며 문화재를 발굴토록 하기도 했다.
손 지사는 이런 노력으로 2002년 7월 취임 이후 113개 업체로부터 140억 달러를 유치했다. 대부분 LCD 관련이나 자동차부품, IT, R&D 등 첨단업종이다.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대비한다는 각오로 첨단업종 위주로 기업을 유치했다"며 "직접고용효과는 5만여명에 그치겠지만 향후 이런 기업들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 지사는 20일 귀국하자마자 밀린 결재를 처리한 뒤 이날 오후 열린 평택 포승공단의 일본 나칸사 착공식 현장으로 향했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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