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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영화 거장이 뭉쳤다 '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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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영화 거장이 뭉쳤다 '티켓'

입력
2006.06.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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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에르마노 올미,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영국의 켄 로치. 역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자 명단에 나란히 이름을 올려놓은 이들 세 영화 거장이 거장들끼리는 사이가 안 좋을 것 같다는 저잣거리의 편견을 깨고 한 데 뭉쳤다. 바야흐로 여행의 계절, 테르미니 역을 향해 달리는 로마행 기차가 영화의 화두다.

올미 감독이 1등석, 키아로스타미가 2등석, 로치가 3등석 이야기를 맡아 각각의 스타일과 미학을 구현한 영화 ‘티켓’(원제 ‘Tickets’)은 ▦독립된 이야기이되 연결성이 있을 것 ▦로마행 기차 안으로 공간을 한정할 것 등의 2가지 원칙 아래 세 감독이 의기 투합해 만들었다. 이탈리아 후기 네오리얼리즘의 선두 주자 올미 감독은 우연히 만난 미모의 여인을 통해 잊고 있던 로맨스의 욕망을 되찾게 되는 노신사의 이야기를, 1등석을 배경으로 펼쳐보인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만든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괴팍한 뚱보 부인과 그녀를 보살피는 자원 봉사자 청년의 갈등을 통해 2등석을 소통 부재의 쓸쓸한 공간으로 꾸민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3등석 이야기. 원정 응원에 나선 축구팀 ‘셀틱’의 열성팬인 십대 소년들이 자신의 티켓을 훔쳐간 알바니아 불법이민자 가족을 용서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에 대한 긍정과 청춘의 선량함을 유쾌하게 설파한다. 한 번도 인간을 믿지 않았던 적 없다는 로치 감독다운 작품이다.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알바니아인 가족은 여행의 낭만과 설렘으로 가득한 영화를 현실에 착근시키며 낱낱 영화를 하나로 묶어주는 연결 고리.

각각의 완성도와 미학에서 편차는 있지만, 잔잔한 유머와 여유로 가득한 느림의 미학이 마치 노작가의 수필을 읽듯 청정한 여운을 남긴다. 축구냐 인류애냐의 기로에서 해방된 소년들이 응원 구호를 외치며 1, 2, 3등석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사이로 질주하는 마지막 장면. 당장 기차표를 예매하지 않으면 큰일난다며 옆구리에 바람을 불어넣을지도 모르니, 영화의 후유증을 주의해야 할 듯 싶다. 23일 개봉. 12세.

박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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