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과 금융당국이 외환은행 감사결과를 놓고 정면 충돌했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이 20일 2003년 외환은행 매각결정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해 일제히 공개 반박서를 냈다. 감사결과에 대해 피감기관들이 공식적으로 반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 직후 공식대응을 하지 않았던 재경부와 금감위는 이날 동시에 보도자료를 내고 감사결과에 대해 조목조목 반론을 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늘 해왔던 궁색한 변명에 불과해 대답할 가치도 느끼지 못한다"며 "반박이 잘못된 것이라는 증거도 다 가지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이에 따라 관련자 문책 등 첨예한 사안을 놓고 정부 기관끼리 공개적으로 다투는 볼썽사나운 일이 이어질 전망이다.
양측이 격돌한 최대 쟁점은 외환은행의 경영상황, 곧 '연말 BIS 비율 전망치' 부분이다. 재경부는 당시 SK글로벌 사태, 카드사 부실 등에 사스 문제, 북핵 위기 등이 겹쳐 대내외적 경제여건이 급속히 악화됐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로 인해 외환은행 경영진이 외환은행 연말 BIS 비율이 8% 미만으로 전망돼 자본유치가 절실하다고 수 차례 보고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위원회도 '연말 BIS 비율 6.16%'는 증자후의 2003년 실적치(9.3%)와 비교할 때 과장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외환은행의 자본확충 필요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경영상황이 호전되고 있었음에도 부실을 과장해 BIS 비율 전망치를 낮췄고 금감원 역시 'BIS비율 6.16%'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채 보고했다고 논박했다.
론스타 외에 다른 투자자가 없었는지에 대해 재경부는 외환은행 경영진과 자문사인 모건스탠리가 여러 투자자를 접촉했고 뉴브리지와는 '제일+외환'을 묶는 합병협상까지 진행된 만큼 '론스타만을 위한 매각'은 아니었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외환은행이 잠재적 투자자를 접촉한 사실이 없으며 모건스탠리도 3개 기관에만 전화로 간단히 투자의견을 물었으며, 뉴브리지와도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1조원이상 싼값에 헐값으로 팔았다는 감사원 지적에 대해 재경부는 "당시 주가흐름으로 볼 때 오히려 높은 가격이란 평가가 많았다"고 반박했다.
7월 이후 하이닉스 주가상승 영향으로 외환은행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만 갖고 론스타와 다시 가격협상을 벌일 수는 없었다는 것.
그러나 가격 협상의 토대가 됐던 외환은행 실사에서부터 부실 규모가 과장됐고 협상 기준가격도 부실하게 산정됐다는 감사원 지적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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