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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하면서 보는 중년 드라마, 월드컵 광풍에도 끄떡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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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하면서 보는 중년 드라마, 월드컵 광풍에도 끄떡 없네

입력
2006.06.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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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광풍에 밀려 대부분의 TV 드라마가 개점 휴업 상태인 요즘, 40, 50대 이상 주부를 주 타깃으로 한 이른바 ‘중년 드라마’들이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TNS미디어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16일 KBS1 ‘열아홉 순정’이 20.4%로 일일 시청률 1위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18일에는 SBS ‘하늘이시여’와 KBS2 ‘소문난 칠공주’가 각각 34.4%와 23.7%로 1, 2위를 차지했다. 16일 월드컵 중계와 방영 시간이 겹친 KBS2 ‘부부 클리닉-사랑과 전쟁’도 14.4%로 동 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들 드라마는 꾸준한 시청률 만큼이나 내용상의 문제로 늘 비판에 시달린다. 어릴 적 버린 친딸을 며느리로 맞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방송 초반부터 논란을 빚었던 ‘하늘이시여’는 최근 그 비밀을 아는 등장 인물이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며 웃다가 죽는, 어이없는 전개로 또 다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소문난 칠공주’는 10대의 철없는 임신과 결혼에 이어 18일에는 불륜으로 이혼 당한 큰 딸이 성폭행 당할 뻔한 장면을 내보내 비난을 샀고, ‘부부클리닉’은 거의 매회 불륜 등으로 뒤틀린 부부 관계를 다뤄 선정성 시비를 겪고 있다. ‘열아홉 순정’ 역시 유능한 남자와 보잘 것 없는 여자가 우연히 만나고 여자가 남자의 직장에 취직하는 설정 등이 전작 ‘별난여자 별난남자’와 흡사해 우려먹기라는 비판을 받는다.

젊은 시청자들을 겨냥한 평일 밤 미니시리즈가 올들어 MBC ‘주몽’ 전까지는 한 편도 시청률 30%를 넘지 못한 반면, ‘하늘이시여’는 꾸준히 30%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이렇듯 ‘욕 하면서 보는’ 드라마들의 꾸준한 인기는 젊은 층이 케이블 TV로, 인터넷으로 속속 빠져나가면서 지상파 TV의 ‘최대 고객’으로 자리잡은 중년 시청자들의 기호에 뿌리를 두고 있다. 친숙한 중년 연기자들이 등장해 부모 중심의 대가족 이야기를 끌어가고, 부모 혹은 조부모의 결혼 반대가 갈등의 축을 이루고, 바람 잘 날 없는 자식들 때문에 마음 고생하는 어머니를 보여줌으로써, 가족에 얽매여 살아온 중년층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하는 것이다.

주부 TV 칼럼니스트인 정석희씨는 “이런 드라마가 비현실적이라는 걸 몰라서 보는 게 아니다. 중년 시청자들은 주인공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면서 한편으론 우리 집은 저렇지 않다는 안도감을 함께 느낀다”고 말했다. 신데렐라와 재벌2세의 사랑이 젊은 층의 판타지이듯, 자식을 괴롭히는 악인이 급사하는 식의 황당한 설정을 되풀이하는 ‘하늘이시여’ 역시 중년 시청자들의 욕구를 해소하는 나름의 판타지인 셈이다.

그러나 중년층이 재미있게 보고, 그래서 시청률이 높다는 것이 뒤틀리고 자극적인 중년 드라마들이 판을 치는 현실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문화연대 미디어센터 운영위원 이종림 씨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최소한의 공익성도 망각한 채 시청률이 검증된 자극적인 설정의 드라마만 반복 제작하고 있다”면서 “노희경 작가의 ‘유행가가 되리’처럼 중년의 삶을 진지하게 파고드는 작품이 아쉽다”고 말했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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