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득점 기계’ 안드리 셰브첸코(30ㆍ첼시)가 마침내 폭발했다.
셰브첸코는 20일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에서 1골 1도움으로 팀의 4-0 대승을 견인했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나온 그는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공격 선봉에 섰다. 초반부터 날카로운 공간 침투로 상대 수비진을 뒤흔든 셰브첸코는 후반 1분에 미드필드 왼쪽지역에서 팀 동료가 올린 프리킥을 상대 문전에서 돌고래처럼 솟구쳐 올라 그대로 헤딩슛, 팀의 세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기세가 오른 그는 후반 39분 중앙선에서 받은 볼을 미드필더 왼쪽까지 치고 들어가 팀 동료 발끝에 정확히 연결해 우크라이나의 네번째 골까지 도왔다. 14일 자신의 월드컵 데뷔 무대인 스페인전에서 변변한 슛 한번 날리지 못해 적잖이 체면을 구겼던 세계 최고 골잡이로서의 자존심을 완벽히 되찾은 경기였다.
셰브첸코는 동물적인 골 감각과 현란한 개인기로 지역예선 9경기에서 6골을 몰아치며 우크라이나를 사상 첫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올려놓은 우크라이나의 국민 영웅. “지금 선거를 하면 대통령은 당연히 셰브첸코”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는 1999년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득점왕과 2004년 올해의 유럽 선수에 올랐고 지난달에는 4년간 789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이탈리아의 AC 밀란에서 잉글랜드의 명문 첼시 유니폼으로 갈아 입으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세계 최정상급의 실력과 달리 이번이 그의 첫번째 월드컵 출전 무대. 우크라이나가 번번히 지역예선에서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셰브첸코는 지난달 초 무릎 수술을 받는 바람에 독일월드컵 출전 자체가 불투명해져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속을 태우기도 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