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27ㆍ콜로라도)은 20일(한국시간) 오클랜드전 선발 등판을 앞두고 식중독에 시달렸다. 경기 전 점심식사로 먹은 음식이 잘못됐는지 속이 뒤틀리고 혀에 감각이 없을 정도로 몸 상태가 나빴다.
그러나 이 같은 최악의 컨디션 속에서도 3전4기 끝에 빅리그 통산 40승(44패86세이브)과 시즌 4승 달성에 성공했다. 김병현은 이날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쿠어스필드에서 벌어진 오클랜드와의 인터리그 홈경기에서 6이닝을 4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팀의 7-0 승리를 이끌었다. 팀의 3연패를 끊으며 오클랜드의 11연승까지 저지해 기쁨은 두 배 였다. 또 올 시즌 첫 무실점 역투를 펼친 덕에 평균자책점은 5.40에서 4.84로 크게 떨어졌다.
김병현이 경기 후 “마운드에서까지 몸이 떨렸다”고 털어 놓았을 정도로 몸 상태는 엉망이었지만 결과가 좋았던 비결은 제구력에 있었다. 김병현은 스트라이크 존 구석을 낮게 찌르는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앞세워 상대 타선을 봉쇄했다. 총 투구수 97개 가운데 높게 들어 간 실투를 거의 찾아 보기 어려웠다.
구속은 그다지 빠르지 않았지만 제구력이 뒷받침되자 타자들은 김병현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실제로 3회까지 던진 40개 중에 스트라이크가 31개에 이르렀다.
김병현은 1회초 톱타자 제이슨 켄달과 2번 닉 스위셔를 연거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3회까지 별 고비 없이 넘긴 김병현은 2-0으로 앞선 4회 무사 1ㆍ2루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4번 바비 크로스비를 몸쪽 낮은 공으로 유격수 앞 병살타로 유도한 뒤 5번 댄 존슨에게는 바깥쪽 낮은 공을 던져 3루 플라이로 처리했다.
김병현은 3-0으로 앞선 7회초 안타와 볼넷을 연거푸 내준 뒤 무사 1ㆍ2루서 구원투수 라몬 라미레스와 교체됐다. 라미레스는 제이 페이튼을 병살타로 잡은 뒤 후속타자를 범타로 처리해 김병현의 무실점을 도왔다.
클린트 허들 감독은 이날 승리 후 “최근 김병현에게 홈플레이트 좌우를 이용해 될 수 있으면 낮게 던지라고 조언했다”면서 “김병현의 제구력이 좋아지자 구위도 예전처럼 살아났다”고 말했다. 오클랜드 중견수 페이튼(34)도 “지금까지 본 김병현의 공 가운데 오늘이 최고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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