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다. 이제부턴 진짜 여름이다. 이글거리는 태양 냄새,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냄새, 뜨끈뜨끈 열기에 노글노글해진 아스팔트 냄새가 훅 끼치는 듯하다.
화려한 원색의 커다란 꽃을 달고 이파리엔 초록빛 묵직이 차오른 식물들의 냄새, 그 그늘 냄새, 한낮 정적 냄새. 무거운 날개를 퍼덕이는 나방 냄새, 여름밤 냄새, 마른번개 냄새, 그리고 소낙비 냄새. 여름은 무엇보다도 냄새의 계절이다. 천지에 충만한 습기의 냄새, 삽시간 습기가 졸아드는 냄새.
나는 여름이 좋다. 한여름 뙤약볕 속에 막 몸을 담그면, 후끈 단 지열이 맨다리에 휘감기면, "이게 바로 여름의 맛이야!" 외치고 싶다. 여름에 나는 치마나 바지나 짧은 것만 입고 다닌다. 내 나이에 걸맞지 않은 차림이라는 건 알지만 그러지 않을 도리가 없다. 더위를 못 견뎌서도 아니고 노출증이 있어서도 아니다. 나는 여름을 놓치고 싶지 않다.
여름의 기운을 놓치지 않으려면 되도록 맨살이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발도 맨살에 샌들만 신고 다닌다. 짧은 옷에 샌들이면 염천도 장마도 두렵지 않다.
그런데, 여름빛이 짙어가는 건 좋은데 벌써 하지인가? 올해도 벌써 반이 지나는가? 너무 빠르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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