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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야미도 고려청자 발굴현장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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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야미도 고려청자 발굴현장을 찾아…

입력
2006.06.2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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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시 옥도면 야미도 근처 바다에서 고려 청자 780여점이 인양됐다.

문화재청 산하 국립해양유물전시관(관장 김성범)은 20일 “새만금방조제와 연결된 야미도 해저에서 4월 27~5월 28일까지 2차에 걸쳐 수중 발굴을 해 12세기 무렵 만든 것으로 보이는 접시와 대접 등 고려 청자 유물을 건져 올렸다”고 밝혔다.

발굴 청자는 지방 관청이나 사찰, 민가 등에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전남 강진, 전북 부안 등에서 생산된 왕실용 등 최고급 청자는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김 관장은 “이처럼 민수용 청자만 대규모로 쏟아진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며 “일반인이 썼던 청자를 통해 우리 조상의 전반적 문화 수준이 얼마나 우수했나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굴 현장 해양 발굴은 신고나 제보에 의해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 발굴은 지난해말 도굴범 일당이 청자 대접 등 320여 점을 시중에 유통시키다 덜미가 잡히면서 시작됐다.

야미도 발굴은 1976년 전남 신안 발굴 이후 12번째. 30년간 인양한 유물은 달리도선 등 옛 선박 6척과 도자기 6만4,000여점 등에 달하지만, 1971년 이후 해양 유물 신고ㆍ제보 건수만가 모두 216개인 점을 고려하면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현재의 인력과 장비로는 복수 지점 동시 발굴이 어려워, 신고 해역 발굴에만 수십 년이 걸릴 상황이기 때문이다.

5월 24일 찾은 야미도 발굴 현장에서도 이철환 팀장, 김원창, 주영선, 홍순재, 양순석 씨 등 해양유물전시관 직원들과 민간 다이버인 박재성 신승구 씨가 세 평 남짓한 좁은 바지선에 의지해 유물을 인양하고 정리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붉게 그을린 다이버들의 얼굴엔 거친 바닷물과 사투를 벌인 훈장인양 물안경 자국이 한참이나 지워지지 않았다. 주황색 부표가 떠 있는 발굴 지점 수심이 6~7m 정도 여서 길고 고통스런 감압 과정은 필요 없지만, 시계가 워낙 흐려 바다 밑바닥을 일일이 더듬어야 하는 데다 규정 시간 이상으로 잠수를 하는 경우도 많다. 생명의 위협을 받을 때도 있다. 주변을 오가는 어선들이 무심코 산소를 공급하는 생명선을 끊을 수 있고, 상어는 물론 현지에서 ‘상깽이’라 부르는 돌고래도 바닷속에선 위험한 존재다.

인양한 청자 접시와 대접은 5개씩 검은 테이프로 잘 묶고 바닷속 구역과 건져 올린 순서와 날짜 등을 꼼꼼히 써 넣는다. 유약이 다 벗겨지거나 검은 자국이 난 청자가 많자 한성욱 전문위원과 인양 팀원 사이에 “화재가 나서 유약이 기화된 것일 수 있다”, “완충제가 가연성이다”, “바닷속에서 산화한 것이다” 등 뜨거운 즉석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잠수 경력 10년의 이철한 팀장은 “어둡고 탁한 해저를 더듬다 청자가 켜켜이 쌓인 것을 발견한 순간의 그 벅찬 감동이 힘든 잠수 작업을 버티는 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신안 발굴 30년 올해는 우리나라 해양 발굴의 시발점인 전남 신안 발굴(1976년) 30주년. 아직 조직 장비는 열악한 편이지만 숱한 해양 발굴로 쌓인 전문성과 기술은 동아시아에서 으뜸으로 꼽힌다. 발굴과 보존 처리 등의 기술을 중국에 전수할 정도다. 해양유물전시관은 지난달 중국 국가박물관 수하(水下)고고연구중심(센터)과 교류 협정을 맺어 중국 바다에서 직접 유물 발굴 작업까지 벌이기로 했다. 대만, 베트남 등과의 교류도 추진하고 있다.

조직 장비도 올해를 기점으로 큰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10월 7억원을 들여 동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발굴 전용 선박을 건조하고, 해양유물전시관도 해양사박물관으로 승격될 예정이다. 김성범 관장은 “우리는 수중 발굴과 연구 보존 처리가 해양유물전시관 한 곳에 집약된 장점이 있고, 전문 인력과 시설 장비도 지속적으로 갖춰가고 있다”며 “해양 유물 발굴 외에 해양 교류사와 교섭사를 중심으로 통일신라 시대의 해양 활동이나 고려 청자의 해외 수출 경로 추적 등 장기 프로젝트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고려 청자는 지난해 12월 일본 최북단인 홋카이도에서까지 발굴돼 학계 보고됐고, 대만에서도“청자편이 나왔는데 중국 것이 아닌 것 같다”고 발굴 사실을 알려 오는 등 일본 중국 대만을 잇는 무역로가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학계는 고려 청자가 동아시아 뿐만 아니라 말레이 반도를 넘어 멀리 인도 아라비아까지 수출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신안 발굴 30주년 기념 국제 특별전과 국제 학술 대회는 동아시아 해양 유물 발굴 주도국으로서 위상을 재확인케 하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특별전은 ‘신안선과 아시아의 자기교역’이란 주제로 9월 22~12월 10일까지 열리며, 학술 대회는 11월 17일부터 3일간 국내외 학자 50여명이 참석해 아시아 수중문화 유산 발굴 성과를 살피고 14세기 아시아 해상 실크로드와 도자기 생산 및 유통 과정을 규명할 예정이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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