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9분, 후반 27분, 후반 36분.’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2006 독일월드컵에서 기록한 득점시간이다. 한국은 토고, 프랑스와 2게임을 치루면서 모두 3골을 뽑아냈다. 공통점은 2경기 모두 전반에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에 동점골과 역전골을 터뜨렸다는 사실이다. 평균 득점시간은 후반 30분에 가깝다.
예전과 사뭇 달라진 한국 대표팀의 득점 타이밍에 축구팬과 전문가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인으로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전략과 용병술도 있겠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이 태극전사들의 강철체력을 꼽고 있다. 아드보카트호의 전술자체가 체력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히딩크시절부터 아드보카트호로 계속되고 있는 한국의 ‘파워프로그램’은 체력을 대표팀의 트레이드마크로 정착시키고 있다. 특히 아드보카트호는 소집훈련 기간이 짧은 관계로 집중식 체력 훈련을 실시했다. 지난 1월부터 중동, 홍콩, 미국 등을 거치는 47일간의 ‘지옥의 레이스’로 불린 장기 전지훈련이 대표적 사례다.
특히 월드컵을 앞두고 2002년 히딩크호시절 ‘저승사자’로 불렸던 대표팀 피지컬트레이너 레이몬드 베르하이옌을 합류시켜 고감도 보강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레이몬드는 혹독한 체력훈련으로 선수들 사이에서는 ‘저승사자’로 악명을 떨쳤다.
레이몬드의 ‘파워 트레이닝’은 복근, 등배, 팔굽혀 펴기, 밀고 당기기, 점핑 등 다양한 근력 운동이 기본이고, 이 밖에 순간 속도를 배가하고 지구력을 키우기 위한 10m왕복 달리기 등 ‘공포의 삑삑이’로 불리는 셔틀런 훈련으로 선수들의 체력을 테스트한다.
이천수는 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지난달 소집된 열린 파주 NFC에서 훈련 도중 레이몬드의 강도 높은 훈련에 코피를 쏟았다. 히딩크호와 아드보카트호를 동시에 경험한 레이몬드는 “2002년보다 2006년 대표팀의 체력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고 밝혔다.
평소 태극전사들의 체력을 믿고 있던 아드보카트 감독도 월드컵 본선에서 후반전 ‘올인 카드’를 공공연히 밝혀왔다. 19일 프랑스전에서 티에리 앙리에게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후반 들어 벌떼작전으로 볼 점유률을 높여가다 마침내 36분 박지성이 극적인 동점을 뽑는데 성공했다.
프랑스전이 끝난 뒤 이탈리아 스포르트지의 안토니오 오도기자는 “한국이 후반에 보여준 투혼에 정말 놀랐다. 전반과 후반의 한국팀은 완전히 딴 팀이었다”고 말했다. 브라질 제로 호세의 안드레 펠러 기자는 “브라질에 기술은 뒤지지만 체력만큼은 한국이 최고였다”고 지적했다.
정동철기자 ball@hk.co.kr도르트문트(독일)=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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