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이 ‘D데이’로 예상했던 18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자 우리 정부는 한결 여유를 찾는 모습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19일 전날의 긴장감에서 벗어나 “미사일 발사 시기는 추측에 불과하다. 예단하지 말고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지켜보고 지속적 차원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정부도 물론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외신을 통해 미일 양국의 목소리가 반영된 연료주입 완료설, 발사물체의 미사일 단정론, 유엔안보리를 통한 제재 등에 대해선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 언론들이 미사일 발사 임박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연료주입 완료설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반박한다. 외신들은 미사일 발사대 주변에 연료통 수십 개가 있다는 위성사진을 연료 주입 가능성으로 연결시킨다. 그러나 아직 연료를 넣지 않았거나 준비 단계일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정부 관계자는 지적한다. 더욱이 미사일을 발사하려면 발사대 주변을 깨끗이 정리해야 하는데 북한의 함경북도 무수단리의 미사일 발사장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액체연료는 인화성과 부식성이 강해 주입한 뒤 마냥 기다리기 어렵다”면서 “북한이 마치 연료를 주입할 것처럼 연출해 미국과 일본에 위기의식을 고조시키기 위한 의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발사대에 실은 물체가 미사일이라는 외신들의 단정에도 의문부호를 찍고 있다. 군사용 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용 로켓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미사일이나 인공위성은 분명히 궤도가 다른 만큼 미리 예단해서 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만약 북한이 발사한 것이 인공위성용 로켓으로 판명될 경우 강력제재 운운한 상황을 변명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다.
정부는 또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안보리 제재가 국제법상으로 명확한 근거가 없고, 중국과 러시아가 동참하지 않는다면 제재가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1998년 북한이 대포동 1호를 발사했을 때도 안보리 결의안이 아닌 대언론 성명이 채택됐을 뿐이다.
따라서 정부는 흥분하기보다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 미사일 발사의 사전차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들은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막는 것이 우리 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이 우선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일본이 과도하게 위기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물론 일본 영토위로 미사일이 날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되는 부분이 있지만, 국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가 메구미 납치사건과 함께 미사일 문제로 북한을 ‘범죄국’으로 몰고, 안보 위기를 핑계로 군사력을 강화할 수 있는 등 정치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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