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현재현(57) 회장은 틈만 나면 임직원에게 ‘자신감’과 ‘1등 마인드’를 강조한다. 자신감과 1등 마인드는 바로 동양그룹이 추진하는 제2의 도약을 위한 키워드다.
현 회장은 그룹 창립 49주년인 15일 민족의 영산 지리산 노고단에서 이를 위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 사장단 등 150명과 함께 노고단을 찾은 그는 백두대간 종주산행 발대식을 갖고 제2의 도약을 선언했다.
발대식은 부채비율 감소와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해 피곤하고 지리하게 진행돼 온 구조조정을 사실상 마무리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는 “동양그룹이 창업 50주년을 앞두고 백두대간을 종주한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며 “앞으로 1년 동안의 대장정은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하며 21세기를 이끌어갈 ‘1등 동양’의 마인드를 공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임직원들은 백운산과 덕유산, 소백산, 태백산 등 백두대간의 주요 명산을 총 10회에 걸쳐 릴레이 형식으로 등산할 예정이다.
현 회장 일행의 산행은 재계에서도 뜻 깊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동양시멘트와 동양메이저 등으로 창업 반세기 동안 국가기간 산업을 주도하며 전후 국가경제 재건에 힘써온 동양그룹은 민족의 대동맥인 백두대간에 비유돼 왔기 때문이다.
현 회장은 “크고 수익이 많이 나는 기업만이 1등 기업이 아니라 특화한 시장을 재정립해 그 안에서 1등을 할 수 있는 기업이 21세기형 1등 기업”이라며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최고를 향해 끊임없이 전진하자”고 말했다.
이 같은 자신감은 최근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동양메이저가 부실을 털어낸 것과 무관하지 않다. 2003년부터 끌어온 구조조정이 깔끔하게 마무리 된데다, 12일 동양시멘트 주식 499만주(49.9%)를 미국계 펀드 PK2에 2,245억5,000만원(주당 4만5,000주)에 매각하면서 부채부담도 털어냈다.
이 돈을 모두 차입금 상환에 쓰게 되면 1분기 현재 700%를 넘는 동양메이저의 부채비율은 260%로 낮아진다. 산업은행 등이 보유한 전환사채(CB)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부채비율은 150%아래로 더 떨어진다. 동양메이저를 꼭지점으로 하는 지주회사 요건(부채비율 200% 미만)을 충족하게 되는 셈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도 자산관리 영업의 기반인 금융상품 예탁자산 20조원을 돌파, 초대형 종합금융회사로 우뚝 섰다. 만년적자에 시달리던 동양매직은 지난 해부터 흑자로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 성공으로 동양메이저, 동양시멘트, 동양매직 등 제조부문과 동양종합금융증권, 동양생명, 동양투자신탁운용 등 금융부분의 그룹내 양대축을 확고히 다지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동양그룹과 함께 현 회장도 재계의 뉴리더로 주목받고 있다. 보기 드문 검사 출신 경영인인 그는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의 첫째 사위로 1989년부터 동양그룹 회장을 맡았다. 특히 외환위기 직후 ‘스피드 경영’이라는 독특한 경영 스타일을 앞세워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 매출 증대 및 원가 절감을 통해 시멘트 업계 최고의 당기 순이익(2004년 기준 403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 회장은 “제2 도약을 위해서는 잘할 수 있는 강점을 가진 분야에 핵심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계열사간 시너지 창출, 신규사업 도전 등 각 부문을 유기적으로 연계,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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