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 원내 정책라인 사이에 굵직한 정책 현안을 둘러싼 미묘한 시각차가 노출되고 있다. 김 의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주요 정책에 대한 큰 틀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나, 그 동안 당내 정책 팀 등에서 제기된 내용과는 거리가 있는 게 적지 않다.
우선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이견. 김 의장은 18일 한국일보 등과의 인터뷰에서 “보유세와 양도세를 손대는 것은 정책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라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의장은 다만 “거래세 조정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청와대의 생각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지만, 당내 정책라인 등 일부 기류와는 다르다. “보유세를 손댈 수 없다”는 데는 반대 의견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당 정책위에 “선거 민심에 비추어 1가구1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정책의 골간은 건드리지 않더라도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현장에서는 양도세에 대한 불만도 많다”며 양도세를 손보자는 주장도 없지 않다. 송영길 정책위 수석 부의장은 19일 “1가구1주택 실수요자의 보유세 완화여부가 가장 뜨거운 쟁점”이라며 “정책위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내년도 공적자금 상환액으로 책정된 3조2,000억원의 예산을 경제활성화 예산에 충당하는 방안을 두고도 이견이 드러났다. 당 정책위가 14일 예산 당정협의에서 이를 검토키로 했지만, 김 의장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김 의장은 “공적자금을 갚는 건 재정 건전성 뿐 아니라 국민과의 신뢰 면에서도 중요하다”며 “너무 임시방편적인 것으로, 정책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선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정책위의 발상에 제동을 건 셈이다. 이에 대해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초 검토했던 안은 공적자금을 갚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예산으로 보전해야 할 액수가 줄어들 수 있다면 그것을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김 의장과는 뉘앙스가 다르다.
아울러 대북 송전 예산을 새해 예산안에 반영하는 것을 유보하려는 당정간 움직임에 대해서도 김 의장은 “남북관계가 후퇴한다는 오해를 줄 수 있어 예산에 책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시각차는 정책 조율 과정에서 갈등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 고위 당직자는 “당론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김 의장의 생각에 더 비중이 실리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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