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흔이 가득한 극적인 무승부였다. 19일(한국시간) 한국이 프랑스를 상대로 얻어낸 귀중한 승점 1점 뒤에는 ‘영광의 상처들’이 있었다. ‘극적 무승부’는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몸을 날린 태극전사의 투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격전의 현장을 빠져 나오던 태극전사의 얼굴에는 환희와 안도 그리고 고통의 표정이 엇갈렸다.
“무승부는 패배”라며 배수진을 친 프랑스의 플레이는 거칠었다. 프랑스는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강한 압박을 가해왔고, 한국선수들은 투혼을 앞세워 정면으로 맞섰고, 그라운드 위를 나뒹굴었다.
가장 아찔한 순간은 후반 23분. 프랑스의 미드필더 파트리크 비에라와 공중 볼을 다투던 이호가 그라운드에 넘어졌고, 그 위로 몸을 떨어트린 비에라가 무릎으로 이호의 머리를 가격했다. 큰 충격에 경미한 뇌진탕 증세까지 보인 이호는 들것에 실려 나갔다. 이호는 “괜찮다. 계속 뛰겠다”며 강한 집념을 드러냈지만 의료진은 만류했다.
다행히 이호의 상처는 오른쪽 귀 뒷부분이 약간 찢어지는 데 그쳤다. 경기 직후 믹스트존을 나가던 이호는 “괜찮냐”는 주위의 걱정어린 질문에 ‘문제 없다’는 윙크를 보냈다.
‘부상 공포증’에 시달리던 김남일이 고통스런 표정으로 수차례 쓰러질 때도 축구팬들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지네딘 지단을 전담 마크하면서 공간을 비집고 들어오는 실뱅 윌토르, 플로랑 말루다까지 막아야 했던 그는 다리 경련과 타박상에 시달려야만 했다.
티에리 앙리, 프랑크 리베리 등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인 수비수 김영철도 힘겨워 했다. 그는 “웬만해서는 근육이 잘 늘어나지 않는데 허벅지 안쪽 근육이 늘어난 것 같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며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동점골을 어시스트한 조재진도 몸싸움을 하다 넘어진 후 어깨를 감싸 쥐어 벤치를 긴장시켰다.
다행인 것은 치열한 공방이 오간 혈투였지만 다음 경기에 지장을 줄만한 부상은 없었다. 대한축구협회 이원재 대표팀 언론 담당관은 “의무팀의 검사결과 큰 부상을 입은 선수는 없다. 이호와 김남일 모두 괜찮다”고 전했다. 태극 전사들은 빠른 부상 회복을 위해 프랑스전이 끝난 직후 전세기를 타고 숙소인 베르기시-글라드바흐의 슐로스 벤스베르크 호텔로 돌아갔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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