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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해체시대 그린 연극들 '가족의 뒤틀린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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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해체시대 그린 연극들 '가족의 뒤틀린 재구성'

입력
2006.06.2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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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햄릿이 죽음과 삶의 기로에서 방황해야 했던 것은 극도로 왜곡된 인간관계 때문이었다. 숙부의 부인이 된 어머니를, 또 숙부를 이제 뭐라 불러야 하는지 그는 목숨을 걸고 번민했다. 전통적인 가족이 해체되고 새로운 가족형태가 생겨 가는 오늘 한국사회에 필요한 것은 어쩌면 햄릿의 고민일지도 모른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관계 맺음의 양태들을 추체험케 하는 연극들이 잇따른다.

극단 가족의‘세익스피어 인 햄릿’은 햄릿이 부친을 죽인 숙부와 벌이는 극심한 갈등이 극의 축이다. 숙부는 오필리어의 죽음은 물론, 햄릿의 친구들까지도 햄릿 제거에 이용하는 파렴치한으로 재탄생한다. 햄릿은 오필리어의 주검 앞에서 ‘죽느냐 사느냐’를 읊고, 햄릿은 숙부를 죽인 뒤 자결한다. 원작의 복수극적 성격을 극단으로 몰고 간 결과다.

러시아 국립 기치스 예술대에서 연출과 박사 과정을 마치고 1월 귀국해 이 극단을 만든 문정대 씨의 본격 연출작이다. 쇠기둥과 관 등 상징적 소품만 등장하는 포스트모던적 무대에 배우들의 사실주의 연기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23~7월 23일 블랙박스시어터. 화~금 오후 8시, 토 4시30분 8시, 일 3시 6시. (02)946-0502

극단 이루의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에서 여인은 친아버지, 교사, 또래의 남학생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건실한 청년을 만나 딸까지 낳았지만 어릴 적 모친의 간통 현장을 목격하고 증오심만 키워오던 남편의 복수심은 부인 학대로 번진다. 견디다 못해 여인은 자살을 택한다. 불행의 싹을 딸에겐 물려줄 수 없다며 딸의 목을 조른 뒤에….

2004년 향토색 짙은 작품 ‘눈 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로 진한 감동을 제공했던 이 극단의 파격적 변신이 기대된다. 노래, 사설, 소리, 몸짓 등 다양한 표현 양식을 통해 주인공들의 내면 상황을 전달하는 6명의 코러스와 영상매체가 무대를 풍성하게 한다. 손기호 연출, 조주현 염혜란 등 출연. 7월2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월~금 오후 7시30분, 토 3시 7시, 일 3시. (02)762-9190

일곱번이나 이혼하고, 여덟번째 결혼하려는 여인은 어떤가? 극단 떼아트르 봄날의 ‘그녀가 돌아왔다’는 밥먹듯 남편을 갈아치우는 재벌 여인이 가난했던 시절, 자신을 버린 애인에게 돌아와 펼치는 앙갚음이다. 자신의 순수를 유린한 첫남자에 대한 여자의 집요한 복수, 그녀가 막대한 자금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포섭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뒤렌마트 작, 이수인 연출, 오주석 박삼규 등 출연. 22~25일 창조콘서트홀. 목ㆍ금 오후 8시, 토ㆍ일 7시. (02)747-0951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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