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한나라당 주변에서 요즘 이상한 기미가 보인다. 선거 승리와는 별개로 비리와 부패의 고착된 이미지를 털어내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 텐데 그런 어두운 이미지가 재생되는 움직임들이다. 부정과 불법의 이력이 뚜렷한 ‘과거의 사람들’이 정치적 재기를 위해 꿈틀거린다는 것인데, 영 볼썽 사납다.
7월에 치러질 국회의원 재ㆍ보선의 일부 공천 신청자들의 면면은 한나라당의 퇴영적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비리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 받거나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던 사람들이 버젓이 공천 신청 대열에 끼어 있다고 한다.
얼마 전 까지 이 정부의 고위 공직을 지냈던 사람이 재입신을 위해 공천 문을 두드리는 경우 등 정치도의를 무색하게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심사과정을 남겨둔 신청 단계에 불과하다지만 다시 도덕 불감증의 고질이 도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
이 중 강삼재 전 의원의 경우는 구 시대 정치의 상징적 사건의 당사자였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비록 안기부 예산을 총선 자금으로 썼느냐 여부를 따진 소위 ‘안풍(安風)’ 사건에 대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지만 부패한 권력정치에 깊이 연루되고 이를 실행한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당시 정계 은퇴를 이미 선언해 놓고 무엇을 다시 심판 받겠다는 것인지 부도덕하기만 하다. 김덕룡 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 의원은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부인이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사실상 정계 은퇴를 선언했으나 언제 그랬느냐는 듯 정치 재개를 탐색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승리에 도취한 한나라당에 사리분별의 마비증이 저 깊은 곳에서부터 되살아나는 것처럼 보인다. 선거 대승 무드에 어물쩍 편승해 보려는 이런 야바위 같은 행태를 한나라당이 용납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명분과 신의를 잃은 정치는 결코 생명력을 가질 수 없다. 잠시의 속임수에 넘어갈 유권자는 없다. 떳떳한 공천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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