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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미 FTA의 대내적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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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미 FTA의 대내적 위험

입력
2006.06.1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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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토록 급작스럽게 한미 FTA 협상을 추진하게 된 이유가 뭘까? 외교ㆍ안보적 측면이 중요한 배경이 되었겠지만, 이건 경제학자에게는 해독할 길이 없는 암호다. 경제적인 측면만 생각해보자.

● 대통령의 '개방 충격 요법'인가

노 대통령은 경제사회질서의 내부적 개혁이 이해관계자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자, '개방의 충격 요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개방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득권을 버리고 스스로 변화하라"는 것이다. 개방의 충격은 내부적 개혁을 추진하는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다. 한미 FTA를 통한 글로벌 스탠더드의 수용은 상당부분 필요하며 또한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개방의 충격 요법에 대해 성공보다는 실패의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무엇보다도 지난 3년 반 동안 현 정부가 얼마나 진지한 개혁의 의지와 노력을 보여주었는가에 대한 의구심에서 비롯된다.

내부 개혁의 실패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현 정부에 있다. 개방의 충격을 통해 국내 이해관계자의 저항을 일거에 돌파하려는 발상은 정부의 자기책임에 대한 회피이며, 한국경제의 미래를 담보로 한 도박이라고 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왜 내부적 개혁 노력을 포기하고 개방 전략으로 돌아섰는가에 대해 설명할 의무가 있다.

한미 FTA는 상품에 대한 관세 철폐만이 아니라 서비스ㆍ투자, 그리고 경쟁법ㆍ지적재산권ㆍ노동ㆍ환경 등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이들 영역의 제도 변화에 따른 영향은 어느 한 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경제질서 나아가 사회질서 전반에 미치게 될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한미 FTA가 갖는 진정한 위험성은, 그 동안 잠재돼 있었던 국내의 이해관계가 한미 FTA를 계기로 일거에 표출되면서 국내 세력관계가 근본적인 재편을 겪게 될 위험성이다. 단언할 수 없으나, 한미 FTA의 타결은 국내 보수세력의 목소리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 보수세력 목소리 더 커질까 우려

특히 금융ㆍ교육ㆍ의료보건ㆍ노동ㆍ환경 등 그동안 이해관계자의 반발로 인해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영역에서 개방은 기존의 세력균형을 일거에 무너뜨리고, 규제 완화를 기본 내용으로 하는 급격한 제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들 영역에서의 규제 완화는 최소한의 공공성 원칙마저 파괴할 수 있으며, 특히 감독ㆍ사법기구의 엄정성이 확립되지 못한 상황에서 졸속적 규제 완화는 경제사회질서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 종금사 사태, 카드사 사태를 보라.

국내 세력관계의 보수적 재편, 그리고 급속한 규제 완화에 따른 공공성 및 안정성 훼손이라는 대내적 위험이 미국과의 FTA 협상이라는 대외적 위험에 못지않은, 아니 그 이상의 위험요소로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김상조ㆍ한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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