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풍미했던 축구 ‘황금세대’ 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포르투갈의 황금세대들은 신진들과 조화를 이루며 과거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프랑스의 황금세대들은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하고 있다.
프랑스 ‘황금세대’는 1998 월드컵과 유로2000의 우승 멤버들. 당시 주역들 가운데 미드필더 조르카에프와 수비의 마르셀 드자이-리자라쉬 등은 빠졌지만 지단(33)과 앙리(29), 바르테즈(35) 트레제게(29)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레블뢰 군단’(프랑스 대표팀)의 핵심멤버로 뛰고 있다.
2002 한일월드컵회에서의 예선탈락은 불운으로 치더라도 이들이 이번 대회에서까지 체력적인 한계를 드러내며, 제 역할을 못해주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모습.
프랑스는 대회 시작 전만해도 여유있게 조 1위로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니 조별리그에서 2무승부를 기록하며 16강 진출조차 장담하지 못할 처지로 전락했다. 19일 한국전에서 앙리의 골이 터지지 않았다면 프랑스는 월드컵 본선 연속경기 무득점(5경기)의 불명예를 세울 뻔하기도 했다.
반면 포르투갈의 ‘황금세대’ 들은 포르투갈을 이번 대회에서 40년 만에 월드컵 16강행으로 직행시키는데 결정적 기여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루이스피구(34), 후이코스타(34) 파울레타(33) 등은 1991년 세계청소년선수권 대회 우승을 이끌었고 유로2000 4강, 유로 2004 준우승 등의 위업을 쌓은 주인공들이다.
이번 월드컵에 앞서 스콜라리 감독은 10년 가까이 포르투갈의 중원을 책임졌던 플레이메이커 후이코스타를 제외한 대신 데쿠(29)를 넣었지만 동시에 피구, 파울레타 등 ‘황금세대’ 의 핵심멤버도 중용했다.
스콜라리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듯, 파울레타는 1차전인 앙골라전에서 결승골을 작렬시켰고, 이란전에서는 피구가 첫 골을 유도하는 결정적인 패스와 추가골이 된 페널티킥을 유도하는 과감한 돌파로 승리의 수훈갑 역할을 톡톡히 했다.
양국 축구의 자존심을 대표하는 이들 황금세대의 마지막 투혼의 결과에 따라 팀의 운명도 이렇게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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