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종교입니다. 경기장은 성전이며 관중들은 기도하는 신자들입니다. 이것말고 그 많은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열광하는 이유를 설명할 방법이 있을까요?”(누켐 이페지카의 블로그)
월드컵에 흠뻑 취하는 것이야 세계 축구 팬들이 마찬가지지만 ‘절망의 땅’ 아프리카 사람들 만큼 간절한 사람들은 없다. 18일 BBC 인터넷 판에 게재된‘블로그를 통해 본 아프리카와 월드컵’이라는 기사에는 팀 가이스트에 담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절절한 마음이 드러나 있다.
한 케냐인은 신에게 감사했다. 그는“오랜 동안 가뭄으로 고통스러웠는데 하늘이 비를 내려주신 덕분에 자그마한 텔레비전을 살 수 있게 됐다”고 월드컵을 시청하는 기쁨을 표현했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전기 공급. 혹시 단전으로 중요한 경기를 보지 못할까 전전긍긍하는 사람들끼리 정보를 주고 받는 경우도 많다. 케냐인 카비티는 “혹시 전기가 끊겨 생중계를 놓친 사람이나, 일하느라 제대로 못 본 사람들을 위해 동영상 파일을 보내드리겠다’는 안내글을 올렸다.
가장 열렬한 반응은 물론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서 나왔다. 리미시 다비레는 “지금까지 우리는 아무것도 축하할 일이 없었다”면서 “지금 건물과 가게, 사람들의 옷이 모두 국기로 덮였다. 이런 모습은 생전 처음”이라고 감격해 했다. 다른 가나인도 “집에 있을 수 없다. 파티가 시작됐다. 내일 예배당은 텅텅 비겠지”라고 흥분을 적었다.
지역 예선에서 탈락한 나라 국민의 안타까움도 곳곳에서 묻어난다. 나이지리아인 아데레미는 “나이지리아 정부는 2030년 우주선을 발사한다는 계획에 돈을 쓸 것이 아니라 국가대표 축구팀 실력 향상에 투자해야 합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이’라는 아프리카인은 “나는 유럽이든 남미든 무조건 흑인이 많은 팀을 응원한다, 나는 인종차별주의자일까”라는 글을 띄웠다. 토고의 카데르 쿠바자가 한국과 경기서 짜릿함을 적은 글들도 있었다. 그것이 아프리카 팀의 대회 첫 골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고교 교사를 하고 있는 미국인 엘리자베스 디비스는 한국-토고 전 때의 경험을 적은 글을 올렸다. 그가 한국 고교생들에게 토고에 대해 아는 것이 뭐냐고 물었더니, ‘가난하다’‘못생기고 키가 크다’는 답이 돌아왔다. 토고의 언어를 묻자‘아프리카어’라고 답한 학생이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그 학생에게 “너는 아시아 말을 잘하지”라고 핀잔을 주었다고 적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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