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필더 이 호(22ㆍ울산)가 진정한 ‘아드보카트호의 황태자’ 자리를 꿰찰 것으로 보인다.
딕 아드보카트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10월 부임 이후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을 과감히 발탁해 중용하며 침체된 한국 축구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이 호와 조원희(23ㆍ수원), 백지훈(21ㆍ서울) 등이 아드보카트 감독의 눈에 들어 독일행 아드보카트호에 승선한 태극 전사들이다.
이들은 ‘아드보카트호’ 출범 후 대표팀에서 주전급으로 도약하며 눈부신 활약을 펼쳐 ‘황태자그룹’으로 불리며 주목을 받았다.
황태자 후보군중 단연 돋보이는 이는 이 호다. 이 호는 ‘황태자그룹’ 중 유일하게 독일월드컵 G조 조별리그 첫 경기인 토고전에 선발 출장하며 풀타임을 소화, 그에 대한 아드보카트 감독의 신뢰가 절대적임을 확인시켰다. 전반전에 선제골을 허용하며 위기에 몰린 아드보카트 감독이 후반 3명을 교체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지는 와중에도 이 호는 끝까지 그라운드에 남았다. 이 호가 공수에 걸쳐 나이답지 않은 침착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지만 경험이 일천한 선수에게 토고전 같은 중요한 일전의 중원 경영을 끝까지 맡겼다는 것은 아드보카트 감독이 그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무한한 기대를 걸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이 호는 독일월드컵 이후에도 아드보카트 감독과 한솥밥을 먹을 것으로 보인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월드컵이후 러시아리그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 사령탑을 맡을 것이 유력한 가운데 이 호의 이적 협상도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호의 이적 과정에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영향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아드보카트 감독과 이 호가 제니트로 동시에 이적하게 되면 2002년 월드컵 직후 PSV 에인트호벤으로 함께 둥지를 옮긴 거스 히딩크 감독과 박지성, 이영표의 경우와 판박이가 돼 더욱 관심을 끈다. 2002 월드컵이 끝난 후 히딩크 감독과 함께 에인트호벤으로 이적한 박지성과 이영표는 세 시즌 동안 한솥밥을 먹으며 네덜란드 정규리그 2회 우승,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 등의 업적을 함께 이뤄냈고 지난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이적, ‘빅리거’의 꿈을 이뤘다.
이 호는 제니트로 이적할 경우 러시아리그에서 유럽 축구에 대한 적응력을 높인 후 ‘빅리그’ 진출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드보카트의 적자’ 이 호가 선배들의 성공 사례를 벤치 마킹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라이프치히(독일)=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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