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에서 놀던 한 고교생이 낙뢰(落雷)를 맞았지만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16일 낮 12시30분께 서울 노원구 J고 운동장에서 하모(16ㆍ고1)군이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공을 차던 중 낙뢰를 맞고 쓰러졌다.
학생들은 “하군이 갑자기 쓰러져 양호실로 옮기는데 (하군) 몸에서 타는 냄새가 나고 (하군이 쓰러지기 전)‘불빛이 번쩍 했다’는 친구들이 있어서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하군은 119구급대가 신고를 받고 학교에 도착했을 무렵엔 숨이 거의 멎은 상태였다. 119구급대는 하군이 낙뢰에 맞은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응급처치에 들어갔다.
노원소방서 정경연 소방교는 “호흡정지 상태라 현장에서 가슴압박과 가슴충격을 1분간 가했고 구급차에 옮겨 실은 뒤에도 심폐소생술을 계속 했다”고 밝혔다. 그는 “병원에 도착할 때쯤 학생의 목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다음 ‘이제 살았구나’ 싶었다”고 전했다.
하군은 학교 부근 병원 응급실에서 20분 정도 치료를 받은 뒤 자가호흡상태로 돌아왔고, 현재 의식이 돌아와 병원에 입원해 있다. 하군은 깨어나자 갈증이 나는 듯 가족들에게 마실 물을 요구하고 몸에 물을 뿌려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군의 목숨을 구한 정 소방교는 “낙뢰에 맞은 사람을 구해보기는 13년 만에 처음”이라며 “체육교사가 먼저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즉각적인 응급처치도 주효 했지만 낙뢰가 몸에 머물지 않고 빠져나가서 목숨을 건졌다.
운이 좋았다”고 했다. 낙뢰가 몸으로 들어간 위치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하군의 오른쪽 발가락 사이엔 낙뢰가 빠져나간 흔적인 성냥불로 지진 듯한 상처가 남았다. 만약 낙뢰가 몸 안에 남았다면 속을 다 태웠을 것이라는 게 정 소방교의 설명이다.
이날 낮 노원구 일대엔 가는 비가 내리다가 그친 뒤 낙뢰가 계속 발생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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