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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한일협상을 위한 자세와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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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한일협상을 위한 자세와 준비

입력
2006.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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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부터 이틀간 동해 주변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 획정을 위한 한·일 양국의 제5차 회담은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끝났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 정부는 EEZ 기점을 울릉도에서 독도로 변경하여 독도와 일본 오키섬의 중간선을 한일 EEZ 경계로 하는 것을 주장하였고, 일본은 우리의 기점 변경을 모순이라면서 독도와 울릉도의 중간선을 주장하였다.

이런 양국의 견해 차이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이번 회담은 2000년 제4차 회담 이후 6년 만에 재개되었다는 점에서 의의는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단지 오는 9월 차기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것 외에 양국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것이다.

한·일간에 독도 문제가 협상의 대상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더욱 첨예화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은 일본이 독도에 대하여 그만큼 많은 준비를 해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대일외교에서 조용한 외교를 통하여 국익을 챙기자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렇지만 정부의 태도는 오늘날 일본이 1905년 강제편입시켰던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허무맹랑하면서 후안무치한 짓을 하도록 방치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제 대일외교에 있어서 우리는 과거와 다른 준비와 자세를 가져야 한다. 향후 일본과의 협상에 대비하여 독도와 같은 영토 문제가 걸린 지역에 대하여 정부가 충분한 예산을 가지고 전문가를 양성하고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 일본은 상당기간 독도 문제를 국제분쟁지역화하기 위하여 연구에 몰두하면서 구체적 자료를 체계적으로 축적해왔다.

이와 함께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독도가 일본의 영토라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한 대대적인 홍보를 펼쳐왔다. 또한 일본 국내에서도 중·고교 교과서에 독도를 자국의 영토라고 하는 등 전방위에 걸쳐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우리는 단지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것만 국민에게 인식시키며 영토상의 주권을 가지고 있다는 안일한 자세만 견지해 왔다. 독도로 인하여 발생하는 제반 문제가 우리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수도 있다는 알아야 한다. 국제사회는 냉엄한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현실이다.

우리의 주장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확고한 태도와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하여 우리의 주장을 국제사회에 관철시켜야 한다. 따라서 향후 일본과의 협상에서 치밀한 전략과 대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의 강력하고 치밀한 계획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구체적 자료를 확보하여,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함으로써 확실한 근거와 논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독도 문제는 일본의 과거 영토강점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홍보하고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기 위하여 울릉도와 연계하여 지속가능한 개발을 추진하면서 유인도화하는 것도 고려되어야 한다.

오늘날 국제적 분쟁은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국제적 분쟁에는 힘의 논리가 앞서고 있기 때문에 체계적인 연구로 축적된 자료와 논거로 대응하지 않으면 국익을 지키기가 어렵다. 대일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범국가의 역사를 가졌던 일본의 과거를 잊지 않고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다.

김상겸ㆍ동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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