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학교 체육대회가 열리던 날, 학부모님들이 학교에 오셔서 운동장 한편에 ‘작은 알뜰매장’을 개설하였다. 그 곳에서 배고픔에 허덕이는 아이들에게 떡볶이, 어묵, 아이스크림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거기서 나온 수익금을 불우이웃 돕기 성금에 기부하셨다.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할 때에는 어머니들이 직접 동참하여 봉사활동 지도도 해주시고 함께 참여하는 솔선수범을 보이며, ‘시간떼우기식 봉사’나 ‘점수를 위한 봉사’가 되지 않도록 세심한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었다. 이 밖에도 학교 도서관에서 어머니교실을 통해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인근 학교의 학부모나, 학생들의 교통안전을 위해 주변 건널목에서 노고하시는 초등학교 부모님을 많이 보아왔다. 위와 같이 대한민국의 학부모는 학교활동에 대한 참여와 학생을 위한 봉사와 협조에 최선을 다해 헌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분들의 작은 손길과 깊은 애정이 교육활동을 훌륭히 도와주고 큰 발전을 이루는데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언론에서 보도되는 학부모와 교사의 갈등은 위와 같은 아름다운 사례와 활동의 의미를 퇴색시키곤 한다. 갈등의 요소는 더욱 번져서, 교사와 학생의 갈등도 더욱 심화되는 사건을 접할 때마다 선인들이 이야기한 교육의 의미를 재고하게 된다.
옛말에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있다. 한자 그대로 임금과 스승과 부모는 한 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과 같은 교육현실에서는 이제 사제부일체(師弟父一體)를 꿈꿔야 한다고 본다. 교육의 3주체인 <교사, 학생, 학부모> 가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고 서로의 생각과 의지를 바르게 모으는 일이 절실히 필요한 교육현실이 된 것이다. 교사,>
그렇다면 교육의 주체인 학생, 교사, 학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서로에 대한 인정과 존중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주체는 교육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지향하면서 서로의 입장과 생각에 대한 대화와 소통의 기회를 갖고, 역지사지의 자세로 서로를 이해하려는 배려가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과 같은 갈등의 증폭요인은 이런 소통 기회의 부재와 관점의 차이가 아닐까 한다. 필자가 부모님께 ‘교사’가 되겠다는 청운의 꿈을 이야기했을 때, 어머니께서 “부모 된 마음으로 자식을 대하듯 학생을 가르쳐라! 많이 대화하고 많이 이야기하는 교사가 되자.”라고 말씀하셨다. 서로의 입장과 시야로 상대를 바라보는 자세를 강조하신 위 교훈이, 교육주체가 서로를 이해하는 작은 씨앗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교사는, 학부모의 학교활동 참여에 대한 열린 마인드와 협력적인 태도를 갖고, 교육자로서 스스로의 품행과 성품을 비추어 ‘교육의 이름’으로 부끄러운 일말의 행동은 하지 않는 강한 윤리의식이 필요하다. 학생들을 대할 때에도 교사가 존재하는 이유를 자문하고 숙고해야 하며, 학생들의 건설적인 건의와 의견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학부모는, 학교운영위원회와 같은 공식 기구를 통해서 건전한 제안과 적극적 협조로 학교교육과 활동에 대한 참여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학부모와 교사가 만나면 촌지 한마당이나 이종격투기의 재연이라고 간주하며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이들에게, 오직 교육을 향한 순수한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 학생들에게도 수많은 지식과 능력을 배우는 것을 강조하기에 앞서, 가정에서 좀 더 인간적인 사랑을 통해 전인적인 가정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학생 또한 선생님을 대할 때 스승을 모신다는 마음으로 존경해야, 학생들도 아름다운 인격체로 존중받을 수 있다는 지혜를 깨닫고 배움에 임해야 한다. 스승과 제자가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 없으면 단순히 지식이 통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감정의 교류가 없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여, ‘인생성공단십백(人生成功單十百)’이라는 말처럼 인생을 살면서 한 명의 진정한 스승과 열 명의 소중한 친구와 백 권의 양서를 읽는다면 그 인생은 성공한 것이라는 명언을 기억하기 바란다. 지금 나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바로 그 한 명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져보자. 더불어 부모님을 자신의 생명의 근원이라 생각하고 효의 정신을 또 한 번 복습 ․ 예습하기 바란다. 우리 학생들이 학부모님을 ‘스승’이라는 생각으로 대하고, 스승을 부모와 같은 ‘가족’이라고 여기는 모습을 만들었으면 한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학부모와 교사의 갈등, 학생과 교사의 갈등, 교사들의 부적절한 일면에 마음 아픈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교육이라는 큰 농사에서 그런 사건들과 관계자들은 아직 성숙하지 못한 일부의 쭉정이에 불과할 것이다. 진정한 대풍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교육농사에 정진하는 사제부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한 몸을 이룰 때 우리의 들판과 논밭은 알곡으로 가득 차며 황금빛 들판의 수확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런 알곡과 같은 분들이 있기에, 그리고 화합된 사제부가 있기에, 우리는 희망찬 <황금빛 교육농사> 를 짓고 있는 것이다. 황금빛>
/경희여중 국어과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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