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62) 전 경제부총리가 2003년 외환은행 매각 전후에 외환은행에서 10억원을 대출 받은 뒤 나중에 상환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대가성 대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부총리 측은 “거리낄 것이 없다”며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과 외환은행에 따르면 이 전 부총리는 2002년 11월~2003년 4월 외환은행 한남동 지점에서 3차례 주택구입 자금 명목으로 10억원을 빌렸다가 2003년 6월~2004년 2월 매달 1억~2억원씩 9차례에 걸쳐 갚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부총리는 상환 예정일보다 길게는 2년 앞서 대출금을 모두 갚았다.
이 전 부총리의 대출 과정에 검찰의 칼이 겨눠지는 데는 외환은행이 미국계 사모 펀드인 론스타로 매각되는 과정에서 그가 일정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
2004년 공직자 재산 신고 내역에 따르면 이 전 부총리 및 부인은 대출 전까지만 해도 외환은행과 특별한 거래가 없었다. 주거래은행이 아닌 곳에서 거액을 대출 받은 점이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측면이 있다.
대출 시점이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매각되기 불과 수개월 전이라는 점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해 이 전 부총리측은 “집 근처인 한남동에서 가장 가까운 은행에서 대출 받았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수십 억대 재산가로 알려진 이 전 부총리가 대출을 받은 사실 자체도 의구심이 든다. 2004년 재산 신고 당시 이 전 부총리의 재산은 86억원 정도였다.
이 전 부총리 측은 이에 대해 18년간 살던 도곡동 빌라에서 이사하려고 생각하던 중 마침 마땅한 집이 나와 이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측근은 “일시적으로 돈이 부족해 대출을 받았을 뿐이며 이후 전세금과 만기 도래한 적금 등이 들어오면서 모두 상환했다”고 말했다. 상환기간보다 일찍 갚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자 부담을 줄이려고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 전 부총리가 대출금 중 4억원을 시중금리보다 3%P 낮은 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은 점도 논란거리다. 기업도 아닌 개인에게 그렇게 큰 돈을 저리로 대출해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전 부총리 측은 담보대출로 빌린 6억원과 함께 계산했기 때문에 낮은 금리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경제부총리까지 지낸 사람이 그 정도 금리로 대출 받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외환은행 매각 주간사였던 모건스탠리 간부 출신 부인의 소개로 대출을 받았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경제부총리 출신이 누구 소개로 대출 받는다는 게 말이 되냐”며 일축했다.
검찰은 의혹이 확산되자 이 전 부총리를 이른 시간 내에 소환해 사실을 확인할 계획이다. 19일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면 이 전 부총리를 포함한 관련자들의 줄소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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