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재첩(가막조개)을 사수하라!”
요즘 경남 하동의 섬진강에서는 수백명의 주민들이 무리를 지어 ‘물옷’이라는 고무옷을 입고 허리까지 차 오르는 물 속에 서서 대나무 끝에 단 철망으로 바닥을 긁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바로 섬진강 명물인 재첩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보통 5월부터 시작되는 재첩잡이는 장마철 직전인 6월이 절정을 이룬다. 하지만 최근 값싼 중국산 재첩을 섬진강 재첩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얌체상혼’ 때문에 어민들과 식당 업주, 하동군 등이 ‘섬진강 재첩 지키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재첩은 낙동강 하구와 전남 해안에서도 일부 생산되지만 오염되지 않은 섬진강 물과 광양만 바닷물이 만나는 섬진강 하류 재첩을 최고로 친다. 겉모양과 색깔로는 국내산과 중국산 구분이 가능하지만 섞어서 팔면 좀처럼 식별이 어렵기 때문이다.
보통 1급수인 섬진강에서 잡히는 1~2㎝크기의 재첩은 빛깔이 선명한 데다 육질이 연하고 담백한 반면 중국산은 껍질에 광택이 적을 뿐만 아니라 표면이 거칠고 육질도 국산에 비해 질기고 담백한 맛도 떨어진다.
국산 재첩 가격은 30㎏기준으로 위판가가 7만선이지만 중국산은 20% 수준인 1만5,000원에 그쳐 얄팍한 상혼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하동지역 재첩식당들은 ‘섬진강 재첩만 판매하는 식당’이라는 간판을 내거는 등 재첩 명성 잇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하동군도 생산에서부터 유통, 위생, 원산지표시, 홍보 등 5개 분야를 통합관리하면서 지도ㆍ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섞어 팔기’를 적발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하동군에서는 200여 가구가 지난 한해동안 300톤 이상을 수확, 35억원 가량의 소득(군 추산)을 올리는 등 지역경제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
하동군 손영주(48) 어업생산계장은 “재첩 수입상은 6명으로 파악됐지만 중국산 재첩의 정확한 유통과정이나 물량을 알지 못해 안타깝다”며 “섬진강 재첩의 명성을 잇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동=이동렬기자 dy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