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성식(35)씨는 요즘 뜨고 있는 젊은 작가다. 작년과 올해 대전ㆍ부산 시립미술관에서 주목할만한 신인작가로 선정됐고 2006 중앙미술대전 참여작가 25명에 포함됐다. 대전에서 태어나 줄곧 대전에서 활동해온 그가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반응이 괜찮다.
“날개 달린 강아지 같은, 너무 허무맹랑한 상상화는 별로 재미없어요. 사실적이면서 호기심을 유발할 만한 상상력이 적당히 가미된 그림, 그게 제가 하는 작업이죠.”
그의 그림은,‘왜 가정집 거실에 생선을 놓고 회를 뜨고 있을까?’, ‘창밖 풍경이 한쪽은 초록색 잔디고 한쪽은 파란색 물이네?’, ‘작은 부두에 고기잡이 배가 아니라 왜 거대한 유조선이 들어와 있지?’하는, 일반적 논리를 살짝 뒤트는 식이다.
그는 뒤늦게 그림에 빠졌다. 대학시절(한남대 회화과) 그림에 별 흥미를 못 느껴 학교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갔다. 그때 초밥 만드는 기술을 익혀 4년간 미국에서 요리사로 일했다. 그러나 객지생활의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한국으로 돌아와 학교에 재입학했다. 주점을 경영하느라 학교도 많이 빠졌다. 고심 끝에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그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고작 3년 전 일이다. 생각하는 대로 그림이 만들어졌고, 사람들이 좋아하니 자신감이 붙고 열정까지 생겼다. 대학원 1학기 때는 밥 먹는 시간 빼고 작업에만 매달렸다고 한다.
그의 그림은 직선적 요소가 가득하다. 건축물과 공간을 조망하는 색다른 구도가 다소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큰 방에 덩그렇게 놓인 침대와 작은 TV, 2층에 놓인 소파가 클로즈업 된 집안 등은 나른한 오후의 한 장면처럼 정적인 느낌을 준다. 개인적 경험을 사실적으로 그렸던 이전 작업보다 간결해지고 신선한 상상력이 첨가됐다. 그의 화면 곳곳에는 텐트, 물고기, 칼, 낚싯대, 램프, 보트, 비행기 등 캠핑과 여행 관련 도구들이 자주 등장한다. ‘일상으로부터의 탈출’‘휴식’이다. “가끔 작업실에서 낚싯대나 등산화를 만지작거릴 때가 있어요. 가고는 싶은데 시간이 안 돼 못 가니까 만지기만 하는 거죠. 우리 사회가 과거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삶을 느슨하고 여유 있게 사는 맛은 없잖아요?”
‘피지로 가고 싶지 않으세요?’나 ‘낚시가기’ 등 대부분 그의 작품들은 도시인들의 답답함과 그들이 갈망하는 ‘탈주의 욕망’을 맘껏 드러냈다. 서울 관훈동 두아트 갤러리에서 25일까지 열린다. (02)738-2522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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