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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고아 출신 60代독학 화가 오우암씨, 서울 첫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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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고아 출신 60代독학 화가 오우암씨, 서울 첫 전시회

입력
2006.06.1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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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고아로 어렵게 자라 독학으로 그림을 그려온 화가 오우암(68)씨가 서울에서 첫 전시회를 한다. 19일부터 7월 1일까지 신문로의 아트포럼 뉴게이트에서 열린다. 지금 살고 있는 부산에서 2000년과 2002년 두 번 전시회를 했고 서울은 처음이다.

그의 그림은 칠순을 바라보는 지금도 반 세기 전 전쟁과 가난의 기억에 갇혀 있다. 1940, 50년대를 찍은 빛 바랜 사진을 보는 듯하다. 기차역과 철길이 자주 등장하는 풍경은 남루하고 쓸쓸하다.

인물들은 표정이 없거나 굳어있다. 허름한 기차역 구내에서 가락국수를 먹는 사람들, 직업소개소 앞에서 서성대는 남자들, ‘쇼쇼쇼 쇼처럼 즐거운 인생’이라는 현수막을 내건 극장 앞에서 밤 거리를 오가는 초라한 군상에는 그 시절의 고단함이 묻어있다.

이 어둡고 무거운 그림에는 개인사의 비극이 깔려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한국전쟁이 터졌다. 일제시대에 만주로 가서 돌아오지 않은 아버지 대신 삯바느질로 삼형제를 키우던 어머니는 자식들을 데리고 피란 간 전남 순천에서 빨치산에 부역한 혐의로 처형됐다.

“먹고 살려고 그랬겠죠. 빨치산을 따라가던 어머니가 자식들이 걱정돼서 다시 돌아오다가 국군에 붙잡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어머니의 죽음은 커다란 공포로 남아 그는 한동안 은행이나 파출소, 우체국 같은 데도 가지 않았다고 한다.

유년 시절 그는 늘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놀고 집안의 벽이 성한 데가 없을 정도로 그림을 그리던 아이였다. 전후 10대 시절 서점에서 일하면서 책을 읽고 삽화를 따라 그렸다.

군대 갔다 온 뒤 30여 년간 수녀원 사택에서 살며 운전도 해주고 보일러도 고치고 하면서 틈틈이 널빤지에 페인트로 그림을 그렸다. 유화는 20여 년 전, 딸이 미대에 들어가면서 쓰다 남긴 물감으로 딸이 그린 캔버스 뒷면에 그리는 것으로 시작했다. 1994년 수녀원에서 나와 화가로 살고 있는 그는 지금도 생활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다.

어두운 기억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한 것일까. 그의 그림은 최근 들어 조금씩 밝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그림을 그리는 게 잘 안 된다고 한다. 자신의 작품 앞에서 그는 “그림이 유치하죠?” 그러면서 자신 없어 했다. 항상 뭔가 부족하다 싶어서 다 그린 그림도 다시 덧칠 하고 덮어버리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그림에서 보는 색감이나 진지함을 유치하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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