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년3개월 간의 대표직을 마치고 16일 퇴임했다.
박 대표 이임식은 이날 염창동 당사 마당에서 의원과 당직자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행사장에는 ‘4ㆍ15 붕대투혼에서 5ㆍ31 반창고 투혼까지,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쓴 대형 플래카드가 걸렸다. 200여명의 지지자들이 외치는 ‘박근혜’연호도 끊이지 않았다.
박 대표는 과거를 되짚는 것으로 이임사를 시작했다. “당 대표가 된 직후 당의 간판을 떼어내 찬바람 부는 천막당사로 걸어가던 그때를 잊을 수 없습니다. 그 짧은 길이 마치 천리 가시밭길 같았습니다.”
박 대표가 잊을 수 없다던 그때는 바로 2004년3월24일이다. 최병렬 대표 체제가 무너진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에다 탄핵 역풍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에 몰렸다. 한나라당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박 대표를 구원투수로 내세웠다. 하지만 박 대표는 불과 하루 전 당선 인터뷰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이 법치 준수를 약속하면 탄핵을 철회할 수 있다”고 했다가 “착각했다. 탄핵은 헌재판결을 기다려야 한다”고 급히 말을 바꾸는 등 믿음을 주지 못했다. ‘제대로 할 수 있을까?’이를 지켜보던 한나라당 당직자들의 얼굴엔 미래에 대한 불안이 그대로 묻어났다. 당시만 해도 그가 2년3개월 임기를 마치고 찬사 속에 떠날 것이란 예상을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기존 관성으로 보면 박 대표의 정치스타일은 생경하다. “스킨십이 없다.” “사람을 챙기지 않는다” 는 얘기와 함께 툭하면 “리더십이 없다”는 비판이 튀어나왔다.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걸어 여당은 물론 당내 비주류까지 그를 거칠게 몰아세울 때도 많았다. 국가정체성, 사학법을 두고선 당내 비주류들과 얼굴을 붉히는 이념공방이 벌어졌다. 여권은 그때마다 ‘수첩공주’‘유신공주’라고 비틀며 한껏 날을 세웠다.
그는 수세에 몰릴 때마다 ‘국민만 보고 당당히 가겠다’는 주문을 외며 넘었다. 결국 3차례의 재ㆍ보선과, 2차례의 전국단위 선거를 승리로 이끌면서 숱한 비난을 무색케 했다.
그가 대표로 있는 동안 여당에선 9명의 당의장이 갈렸다. 취임당시 여야 지지율은 그가 떠나는 지금 정반대로 바뀌어있다.
상기된 표정으로 과거를 찬찬히 짚던 박 대표는 “이 자리가 내년 정권교체를 위한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자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기원으로 이임사를 마무리했다. 2007년 대선을 준비하는 자신을 위한 다짐이다.
박 대표는 이제‘대권’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남겨두고 있다. 대선까지 1년6개월은 당을 지휘했던 지난 2년3개월과는 판이하다. 당 안팎으로 경쟁자들의 공격이 거칠어지고, 국민의 시선도 한결 매서울 수 밖에 없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고집스레 말을 아꼈다. 의례적인 인터뷰도 마다했다. 측근들은 “거창한 시작이 아니라 평의원으로 돌아가 차분히 의정활동을 준비하는 것으로 대선준비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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