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누가 해줘?
임사라 글ㆍ양정아 그림/비룡소 발행ㆍ8,000원
지난해 결혼한 부부 네 쌍 가운데 한 쌍은 재혼이었다. 국제결혼과 싱글족의 증가, 부모의 이혼과 사별로 부자ㆍ모자가정 등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급증하고 있으니, 재혼 증가는 당연하다.
그런데도 재혼 가족이라면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한 게 현실이다. 전통적 의미의 가족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에겐 더욱 그렇다. 실제 ‘장화홍련전’ ‘콩쥐팥쥐전’ ‘조생원전’ 등 고대소설은 물론, 현대소설이나 영화에서도 계모와 계부는 전처와 전남편의 소생을 학대하는 악인으로 흔히 묘사된다.
아동문학가 임사라의 장편동화 ‘내 생각은 누가 해줘?’에 등장하는 모녀도 고정관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태어나기도 전에 아빠랑 이혼한 엄마와 단 둘이 사는 열두 살 소녀 나래는 친엄마 친아빠와 함께 ‘식탁 네 귀퉁이가 꽉 찬 진짜 가족’을 꿈꾼다. TV에도 출연하는 유명 미술평론가인 엄마 역시 나래가 이혼녀의 딸이라는 사실을 필사적으로 숨긴다.
엄마는 딸에게 “아빠가 외국대학에 근무한다고 말하라”고 시켜놓고 거짓말이 들통나면 학교를 옮기곤 한다. 친아빠는 나래의 오빠를 데리고 강원도 고향 마을로 들어가 오리를 키우는 농부가 됐다. 거기서 촌티 나는 시골 아낙네와 재혼해 뇌성마비 딸을 낳았다.
그래도 “아빠가 얼른 잘못을 뉘우치고 엄마한테 빌러” 오기를 바라던 나래에게 어느 날 엄마마저 재혼을 선언한다. 그것도 나래가 짝사랑하는 남자친구의 아빠하고. “나는 아빠가 있다. 그런데 또 아빠가 생기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그러니까 안 된다. 절대로, 절대로!”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한 나래는 훌쩍 친아빠가 있는 강원도로 떠난다.
비룡소가 주관하는 2006년 ‘제12회 황금도깨비상’을 받았다. 작가는 “사람들은 흔히 이혼을 ‘여덟이 넷으로, 넷이 둘로, 둘이 하나’로 나뉘는 사건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프리즘으로 세상을 보느냐에 따라 헤어짐은 ‘둘이 넷으로, 넷이 여덟’로 확장해 가는 ‘관계의 폭 넓은 수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책을 읽으며 웃다 울기를 반복했다. 문장이 경쾌하고 재미있어 순식간에 읽힌다.
고재학 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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